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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10월호-농촌에서 온 편지] 2년이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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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라는 시간
글. 전용주 진산농원 대표

 추석 전 주,‘ 대목이다’라는 말이 참 실감 나는 시간이다. 이 바쁜 시기에 때를 모르고 찾아온 늦더위는 참 눈치가 없기도 하다. 그런 늦더위조차도 전국을 적셔주는 가을비에 내년을 기약한다고. 뜨끈한 황토방 방바닥에 앉아 가을비가 처마에서 투투둑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펜을 든다.

 2015년 봄, 이 편지를 통해 한 청년 농부가 나눔의 씨앗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후 2년,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농업을 사랑하고, 또 농업이 바로 대한민국의 중요한 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하는 곳이 있다. 내가 2년 전 찾아갔던 금산의‘한국벤처농업대학’이다. 산속에서 산양 삼을 키우는 청년 농부가 더 넓은 재능 나눔터로 향한 배움의 공간이다.

 매달 셋째 주말에 전국에서 모여 1박 2일간 재능을 나누고, 여러 선생님들이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리고 동아리활동을 통해 선진농업인과 단체들을 견학한다. 그러기를 벌써 3년째이다. 여기에서 만난 동료 농업인들의 고민도 참 다양했다. 가공업체는 원료를 조달하는 문제, 상품디자인을 어떻게 할지의 문제, 또 다른 분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수출하는 과정의 문제, 어떤 분은 요리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기도 한다. 산과 들에서 자연과 함께 숨 쉬면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알게 되는 기쁨이란 표현하기가 참 힘들다. 이렇게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농업을 위해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며, 더불어 성장한다.

 견학을 통해 배운 사례들을 적용시키는 것은 참 재밌다. 먼저 조금 더 건강한 농산물을 함께 나눠먹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큰 텃밭을 마련했다. 그리고 봄이 되면 이웃들과 함께 나눠 먹을 채소들을 많이 심는다. 풋고추도 심고, 가지도 많이 심는다. 호박에 방울토마토도 한자리씩 차지한다. 산양삼을 보내며 상자 안에 풋고추, 가지, 호박을 함께 담는다. 받아본 이들은 그 정성과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하고, 깊은 맛에 감동한다.

 그러다보니 참 별일도 다 있다. 어떤 이웃은 우리 텃밭에서 자란 채소들 먹고 싶다고 찾아오기도 한다. 여수 이웃은 갓김치 담가서 나눠 먹자고 보내기도 하고, 거제 이웃은 장어를 한 상자 보내기도 한다. 산양삼을 재배하며‘어떻게 하면 이웃들과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와 우리 가족의 생각이, 존중되고 인정받는 보람.

 요즘 소비자들은 물건을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진산 농원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산양삼 체험을 오는 분들이 많다. 이런 데도 사람이 사냐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친구가 된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않느냐는 말씀처럼 포도 한 송이 더 맛보여주고 싶고, 곶감 하나 더 싸서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이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우리 집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늘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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