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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7월호-농촌愛 살어리랏다] 스무 살 청년, 돼지아빠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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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청년, 돼지아빠가 되다

 

. 연명석 대운농장대표, KREI 청년리포터

 

아버지가 돼지를 키우셔서 돼지를 키워보자 마음먹은 지 언 11년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과학자를 꿈꾸었지만 스무 살이 되고 대학을 진학할 때 쯤 진로를 고민하다 아버지의 권유로 돼지를 한번 키워보겠다 마음먹었다.

 

처음에 농장에 들어와 엄청나게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1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두꺼운 책과 각종 양돈잡지 전문 서적을 파고들었고 낮에는 돼지 보고, 저녁에는 책 보고 지금 생각해 봐도 내 생에 가장 열심히 책을 읽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양돈 산업에 큰 피해를 입혔던 돼지 써코바이러스가 전국을 휩쓸고 있었다. 또 가격도 싸서 정말 집이 어려웠었다.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진 밑천이라고는 열정뿐이었으니.

 

새끼돼지 낳을 때 밤새 돈사에서 자기도 하고 한 마리 한 마리 잡아가며 복강에 백신 주사를 놓고 남들이 좋다는 것, 책에 나오는 것은 모조리 다 해봤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점점 농장 성적은 올라갔지만 돼지가격이 워낙 낮았고 그동안의 부채로 인해 정작 손에 남는 것은 없었다. 그래도 성적이 올라가다보니 그 기분에 더 몰두해서 일을 했던 것 같다.

 

농촌에서 외로움을 탈 때 4-H연합회라는 곳에 들어갔다. 앞집에 형이 생겼고 옆 동네 형도 생겼다. 농업에 동지애를 느끼며 농촌에 훌륭히 적응해 나갔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한국의 청년농업인이면 대부분 오는 시간들이 있다. 부모님과의 갈등이다. 부모님께서는 뭘 해도 안 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다른 농장에 취직을 해봐도 다시 집으로 들어오라해서 들어가면 또 갈등이 빚어졌다. 그러다 충북대학교로 편입을 했다. 하지만 농촌 생활에 익숙해져서일까 대학도 재미없고 내 돼지를 키우고 싶었다. 3학년을 다니고 다시 농장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열달 일하던 중 아시는 분이 한 농장을 소개했다. 규모는 작지만 내 맘껏 돼지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덥석 물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지붕이 숭숭 뚫려있어 비가 오면 돼지들이 그대로 지붕에서 떨어진 물을 받아먹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3년을 열심히 고쳤다. 그리하다보니 주변 고물상 중고 박사가 됐다.

 

이제 막 안정을 잡을 때 쯤 쫓겨나게 생겼다. 남의 농장을 빌려 재임차를 준 농장이다 보니 내가 4번째 계약자였다. 농장을 지키려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군청에서는 본인이 직접 농장을 소유하지 않으면 농장 면허를 취소시킨다 하였다.

 

첫 농장을 그냥 순순히 물러나고 싶지는 않았다. 사료 회사에 투자 문의를 했고 그러던 중 아버지가 나서 주었다. 사료 회사에서 투자를 받게 되어 정식으로 돼지농장 사장이 되었다. 또 부자간 사이도 훨씬 좋아지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우리농장에 오시면 잔소리를 하신다. 올해 7월 나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간만에 자식과 안 싸우 는 법을 책을 통해 찾아본다.

 

요즘 전에 보다 많은 청년들이 농촌에 들어오는 것 같다. 재미도 있지만 힘도 들다보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농업기술센터에 가면 또래 농업인과 정보도 주고받고 교류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한다면 앞으로 농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청년농업인 모두를 응원 합니다! 파이팅.

 

<농경나눔터 20187월호 농촌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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