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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12월호-농촌愛 살어리랏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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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 박미자 경기 양주

 

회색빛 도시의 아스팔트가 익숙한 삶을 미련 없이 접고 이제는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농업인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하리네농원 박미자 농부 인사드립니다. 경기도 양주에서 도깨비방망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주 농사를 짓고 있답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결혼하고 아이들 기르고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살면서 작은 사업까지 해야 하는 세월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게 숨 가쁘게 살았지요. 오로지 취미라고는 옥상에 작은 정원을 꾸미는 것으로 낙을 삼으면서요.

그러다 우연히 바람이나 쐬러가자는 남편을 따라 내려와 봤던 곳이 지금의 양주인데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여있고 조용한 것이 너무 맘에 들어서 이곳에서 텃밭이 나 일구고 살고 싶다고 하니까 남편은 무슨 농사를 짓고 사느냐며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했지요. 그런 남편 을 졸라서 허락을 받고 주말에나 와서 좀 쉬었다가 가곤 했었는데, 그 즈음 자궁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양주로 내려와서 건강을 챙기면서 옥상텃밭이 아닌 진짜 밭에서 농사를 시작했답니다.

 

농사짓는 법은 몰라도 잡초는 구분할 줄 아니까 일 단 밭에 잡초 뽑는 일부터 했습니다. 먹는 나물과 못 먹 는 나물이 무엇인지 주변의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배우며 먹거리 채소들도 심었습니다. 서울댁이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궁금해 하는 이웃들이 가끔씩 들여다보고 웃으면서 지적도 해주고 가르쳐줍니다. 그러면서 한 삼 년 정도 서울서 왔다 갔다 하던 남편도 하던 일 마치고 합류를 하게 되었고요.

 

그동안 잃었던 건강 되찾으며 텃밭 농사를 짓다 보니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양주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아 여러 가지 교육을 받으며 우연히 여주라는 작 물을 알게 되었답니다. 여주 작목반이 만들어지고 여주를 심기는 했으나 판로가 전혀 없으니 그것도 걱정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판매를 한다고들 하는데 컴퓨터를 모르니 이제부터는 컴퓨터도 배워야 할 일도 큰일이었습니다.

 

농사지으랴 컴퓨터 배우랴 정말로 밤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했지요. 부지런히 농사 선배님들께 배우고 귀농해서 십여 년이 지나면 원주민이지 귀농인이 아니라고 어떤 분이 얘기 했듯이, 이제는 진짜 원주민보다 더 원 주민 같은 농부가 되었답니다. 그렇게 한발 한발 나아가면서 시작한 여주농사가 주작목이 되었답니다.

 

어설프게 시작한 여주농사가 이제는 자리를 잡고 내게 주어진 농토에서 내 힘닿는 만큼 정성들여 정직하게 농사지으며 믿고 찾으시는 고객들에게 내가 스스로 만족하는 농산물을 택배로 보내려고 포장을 합니다. 그러 다 보니 말 없는 교감이 고객들과 통해서인지 가격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꾸준히 찾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너무도 고마운 일이죠.

 

여주농사가 한창 바쁜 여름에는 농장의 잡초를 잡아 주질 못해 애써서 예쁘게 심어놓은 주변의 꽃들이 풀속에 묻혀 버렸지만 계속 가꾸다보면 예쁜 농원으로 고객 들이 쉬어갈 수 있게끔 만들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바쁜 농사철에는 아플 사이도 없다고 할 만큼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도깨비방망이 여주와 사랑에 빠진 지난 몇 년은 정말 아플 사이도 없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제 가을걷이 끝나면 다시 내년을 설계하면서 다음해를 기다릴 겁니다.

 

<농경나눔터 201812월호 농촌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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