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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11월호-농정시선] 농산물 가격 - 누군가에겐 소득, 또 다른 누군가에겐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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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 누군가에겐 소득, 또 다른 누군가에겐 비용

 

국승용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4인 가족 기준 김장 비용은 약 27만원이었으니, 1인당 675백원이다. 김장을 6개월 먹는다 치면 1달에 12,250원이고, 하루 375원이다. 올해 고춧가루나 마늘은 작년보다 생산량이 늘어 가격이 낮고, 배추와 무는 3차례 태풍으로 재배면적이 줄고 작황도 좋지 않아 가격이 작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김장 시기 농산물 수급 관리 정책을 펴서 작년보다 김장비용이 10%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장비용이 작년보다 10% 정도 늘면, 1사람 당 하루에 400원정도의 김장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400. 400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무엇이 있을지, 아니 400원 짜리 물건이 있기나 한지 평소에 관심을 주지 않았을 정도로 크지 않은 금액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아니 우리 언론 기관은 농산물 물가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생과 직장인은 학교와 직장에서 점심을 주는 경우가 많으니 하루 두 끼에 미치지 않게 집에서 먹는다. 가게 지출에서 외식비가 절반에 이르니 집에서 농산물을 직접 사서 조리해 먹는 끼니 수는 하루 한 끼 남짓하다. 그런데 왜 우리 언론은 농산물 장바구니 물가에 그토록 민감한가? 농산물 유통과 농산물 가격에 대해 심층 취재하는 것이라면 농산물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 고마움을 표하는게 마땅하다. 그런데 언론기관의 보도는 대개 보도자료를 확인하지 않고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는 5월 농산물 가격이 상승한 원인으로 단감 가격이 급한 상승을 꼽은 적도 있다. 단감 자체가 농산물 소비 비중이 크지 않은 품목인데다 5월의 단감 소비는 매우 적다. 그런데 미리 정한 농산물 품목에 대해 기계적으로 가격 등락을 계산하다 보니 계절적으로 거의 소비되지 않는 농산물의 가격 변화가 물가 변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다. 올해도 3차례의 태풍 탓에 10월 중순까지 배추 값이 고공행진을 하다 10월 하순에는 안정세로 접어들었는데, 10월 하순의 보도자료를 보고서야 뒷북치듯 배추 값이 올랐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헌법에 농산물 가격에 대한 조항이 있다. 헌법 제123조의 에는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고 되어 있다. 2011년 개정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서는 법의 목적을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함으로 정하고 있다. 헌법에서 밝힌 농어민의 이익 보호가 농안법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으로 확대-시각에 따라서는 희석-되고 현실에서는 물가관리 차원에서 농산물 가격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농산물 가격은 물가당국에게는 물가의 요소이고, 소비자에게는 지출 항목이며, 농민에게는 소득의 원천이다. 굳이 헌법 정신을 따지지 않더라도 농산물 가격을 대할 때에는 물가와 소비자 지출과 농가 소득을 균형 잡힌 시각에서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의 등락을 언급하는 수많은 언론 기사에서 농가 소득을 생각하는 목소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 십 수 년 간 쌀, 채소, 과일, 부류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농산물들이 물가 상승률에 비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어떠하고 전년대비 어떠하다는 식의 보도가 줄을 잇는 것에 비해 농업의 구조적 문제와 농가 소득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다. 문재인 정보는 포용을 주요 국정 철학으로 강조하고 있다. 기업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성장의 과실(果實)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해서 지속가능한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끼치는 영향만을 살필 것이 아니라 농민의 소득도 살펴서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가치이다. 농산물 가격을 대할 때 농가의 소득도 함께 살펴보는 포용의 철학이 절실하다.


<농경나눔터 2019년 11월호 농정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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