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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7.8월호-농촌愛 살어리랏다] 유기농업은 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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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은 왜 필요할까

글. 강창용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언제부터였을까! 사방이 막힌 대형마트의 과일매장 앞에서조차 달콤하고 향기로운 과일 향을 맡을 수 없게 되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시장 나들이를 할때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는 향긋한 과일 향기가 어린 마음을 뒤흔들어 막무가내 과일 가게로 이끌리던 기억은 비단 나만의 추억은 아닐 것이다.
“사과, 복숭아, 감, 귤은 무슨 색일까요?” 그리 자랑할 만한 것 없는 작고 초라한내 과수원에서, 귤 따기 체험 차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늘 던지는 질문이다. 대체로 쉽게 대답이 돌아온다. “빨강색, 분홍색, 주황색, 노랑색이요.” 이들과 더불어 주거니 받거니, 내 유기농 철학의 조잘거림은 두어 시간 동안 쉼이 없다. ‘별꼴이야’라는 반응을 보일 법도 한데, 지루해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은 볼 수 없다. 오히려 과수원을 떠날 때쯤, “제대로 힐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까지 듣는다. 떠나는 관광객들의 양손엔 애지중지 키운 유기농 귤이 가득 들려 있음은 물론이다.
사과는 사과이어야 하고 귤은 귤이어야 하며, 수박과 오이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질서이다. 수박이 오이와 같은 특성을 갖는다면 굳이 수박이며 오이, 참외를 구분할 이유가 없다. 언젠가 한 선도농업인의 농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기능성 ○○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게르마늄이 강화된 기능성 ○○을 재배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물론 기능성 농산물이나 식품 등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기능을 상실했거나 손상을 입은 상태가 아니라면 오히려 그 ‘기능성’으로 인해 해를 입지는 않을까.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수박이 참외가 되고 참외가 오이가 될 수 있다면 아마도 세상에 생물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유기농업이야 말로 가장 진보한 과학적 영농방법일 수 있다. 단지 그 종사자들이 무지하고, 다른 이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과학적이라고 몰아세울수는 없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생산된 유기농산물이야말로 가장 정상적인 먹거리다. 그럼에도 현대 농업생산이 모두 유기농업으로 갈 수는 없다. 자연으로 되돌리는 수확물만큼 인류는 배고픔에 시달려야 하는데, 이는 유기농업 수확량이 일반 관행농업 수확량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실천방안으로 이런 것은 어떨까? 그 간 시장이나 마트에서 10번 정도 일상적인 먹거리를 구입해 왔다면, 이제부터 3번 정도는 유기농산물을 구입해 보는 일 말이다. 물론 욕심 같아선 4번 정도까지 그 비중이 높아지면 좋겠지만…점차 농부들의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귀농·귀촌인들의 전문성과 직업적 경험, 학력 등으로
볼 때 더 이상 설명이나 이해시킬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대체로 유기농업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매우 추상적으로 설명이 되어 왔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보다 건강한 삶을 위해 등…. 그러나 이러한 추상적인 설명은 쉬이 내 몸에 와 닿지 않는다. 이제는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나와 내 가족, 내 아이에게 먹이는 먹거리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쩔수 없어 선택했던 ‘쿠바’의 유기농업이 오늘날 유기농업 생산뿐만아니라 응용생명산업 전반에 걸쳐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농경나눔터 2020년 7.8월호 – 농촌愛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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