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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 KREI 아침편지-제1346호] 언어가 사라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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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사라졌을 때

  영문학 교수이자 작가인 폴 웨스트에게 어느 날 뇌졸중이 찾아왔다. 한 가지 주제를 백 가지 단어로
 표현할 만큼 언어와 친숙했지만 의식을 되찾고 입밖에 나오는 말은 '멤, 멤, 멤." 뿐이었다. 글 쓰는
 일밖에 모르고 살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폴은 병원에서 언어 치료에 매진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 상황은 아내 다이앤 애커맨
 에게도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릇은 헤엄칠 수 있습니까?" "진주가 날 수 있습니까?" 라는
 기초 상식에 답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실어증의 정도를 단정 짓는 일반적인 치료법의 한계를 발견했다.

  그릇은 헤엄칠 수 없고 진주도 날 수 없지만 평소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폴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는 그릇이 납작하다면 물 위에 둥둥 뜰 수 있고 누군가 멀리 진주를 던진다면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런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가 평생 자랑으로 삼던 상상력마저 앗아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때 부터 다이앤은 폴을 위한 과제를 만들었다. 그가 실망하지 않도록 쉬운 문제와 조금
 어려운 문제를 적절히 섞어 가며 용기를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입니까?" "새가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라는 식의 문제는 
 폴의 생각을 자유롭게 했다.

  용기를 얻은 그는 잊혔던 단어들을 떠올렸고 짧은 문장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매일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쓸 만큼 기억을 회복했다. 이제 부부에게 언어란 협동이었다. 다이앤은 남편이 필요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고, 두 시간 동안 써 놓은 빼곡한 글을 매일 다듬어 주었다.

  식물인간의 뇌라는 판정을 받은지 5년, 폴 웨스트는 세 편의 소설을 완성했다. 의사도 믿기 힘든
 기적이었다. 곁을 지키는 아내에게 폴은 말했다. "나를 지, 지, 지켜보는 거 미안해. 내가 떠나면..
 당신의 삶이 돌아올텐데.." 진심이 담긴 어눌한 표현에 다이앤은 답했다. "이제 이게 내 삶이에요.
 당신을 사랑하고 그 사랑에 보답 받을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날들이에요."

  부부에게 시련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하루에 하나씩 풀어갈 선물이었다.

 - 좋은생각 中 김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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