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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 KREI 아침편지-제1352호] 붕어빵과 국화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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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과 국화빵】

    올겨울의 일입니다. 붕어빵을 사기 위해 차를 멈춰 세웠는데 문예창작과 여학생 몇이 나를 보았습니다.
  어디 가세요? 묻기에 붕어빵 사려는 중이라 했더니 대뜸 국화빵이 더 맛있다고 내게 강권하는 것이었습
  니다. 그러고보니 붕어빵 수레로부터 댓 걸음 떨어진 곳에 국화빵 수레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또 하루의 인연이라고 생각해 나는 붕어빵 아낙이 조금 걸렸지만 국화빵 한 봉지를 샀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이 어두워 국화빵 아낙에게 말했습니다. 난 원래 붕어빵 단골인데 이 친구들 만나서 국화빵을
  사게 되었노라 얘기했더니 국화빵 아낙이 "붕어빵 사는 걸 자주 보았어요."라고 말하였지요. 그 순간 나는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붕어빵 사는 것을 눈여겨 보는 이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는 나는 너무 놀라
  고 미안해 그만 말을 삐끗하고 말았습니다.

    "아줌마, 다음번엔 꼭 국화빵을 살게요."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말을 건넸는데 아낙의 말이 또 마음을 찔렀습니다.

    "국화빵도 한 번 사 주시고 붕어빵도 한 번 사 주세요."

    난 이번에도 몹시 놀라고 부끄러워 그만 "예, 예, 말았습니다" 하고 빵 봉지를 급히 들고 나왔습니다.

    다섯 걸음 간격으로 서 있는 두 대의 포장 수레에서 굽고 있는 붕어빵과 국화방. 자신의 빵만 아니라 상대
  방의 빵을 함께 사 달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는 마음이 아니겠는지요?

    남은 겨울 동안 부지런히 두 수레를 왕복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동안 두 아낙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이런 마음의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이 꼭 왔으면 싶습니다.

  - 좋은생각 中 《길귀신의 노래》, 곽재구,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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