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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3월호-농촌에서 온 편지] 사과가 맛있게 익어갈수록 내 삶도 맛있게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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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맛있게 익어갈수록 내 삶도 맛있게 익어갑니다

글. 정일교 두리사과 대표

사과 농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이 되었습니다.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과 개인 사업을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11년 전 부모님이 계시는 경북 문경으로 귀농을 하여 사과와의 인연을 시작하였습니다.

농사에 대한 경험이 전무 했던 저에겐 정말 힘든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힘든 시작은 곧 새로운 희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의욕만 가지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과 농사 선배들과 동료, 그리고 문경시농업기술센터 선배들과 동료들은 사과 농사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은 제가 좋은 농사꾼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도 이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즐겼습니다. 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마음도 편해졌고 세상에 대한 욕심도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열심히 맛있는 사과를 만들면 되었습니다. 5년 전 설립한 ‘한빛영농조합법인’과 ‘두리사과’ 브랜드는 저에게 맛있는 결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입 농산물의 범람과 상대적으로 작아진 농업 환경에서 우리‘두리사과’는 생산량의 80%가 소비자에게 택배로 직접 판매되며 제값을 받고 있습니다. 맛있는 사과가 소비자에게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하여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여담이지만, 대전에 사는 선배는 17개월 된 아이가 ‘두리사과’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며 “일교야! 넌 사과 농사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격려를 해주곤 합니다. 참고로 선배의 아이 이름이 ‘이로운’입니다.

사과는 저에게 참 고마운 친구입니다. 경기도에서 제법 알려진 회사에 근무하던 제 동생은 함께 사과농사를 짓자는 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지난해부터 저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또 한명의 젊은이가 사과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입니다.

쑥스럽지만 지난해 11월 농업인의 날에는 농식품부 장관상도 받았습니다. 제 노력의 결실이 아닌 더 노력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장관상보다 더 기쁜 일이 올해 1월에 있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부모님을 비롯해 형제 가족들 18명과 함께 대만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모두들 정말 행복해 보였고 특히 고생만 하신 우리 부모님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사과와 함께 지내 온 지난 11년간의 시간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과는 저에게 참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제가 사랑해 주고 보살피는 정성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줍니다. 사과와 함께하고 있는 제 삶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더 맛있는 사과를 만들겠다는 욕심은 커져만 갑니다. 사과가 맛있게 익어갈수록 내 삶도 맛있게 익어갑니다.

<농경나눔터 2017년 3월호 - 농촌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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