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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7월호-농촌에서 온 편지] 이담산양마을의 풍경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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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산양마을의 풍경과 일상

글. 김승민 충남 금산

오전 10시 30분, 일찌감치 새벽 착유를 마친 산양 무리들이 저마다 드넓은 방목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을 즈음이면 이담산양마을에 목동체험을 하기 위한 어린 친구들이 찾아옵니다.

국토의 중심인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위치한 이담산양 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산양목장으로 이곳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400여 마리의 유산양을 사육해오고 있습니다. 산양유는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마셔온 젖으로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등과 같은 낙농선진국들에는 이미 보편화가 되어있는데요. 친환경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산양유에 대한 관심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이담산양마을에서는 작년 봄부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목동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에 있는데요. 오늘처럼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어린 친구들이 찾아와 재잘거리는 목소리로 목장을 활기차게 만들어줍니다.

오전 11시, 목동체험에 대한 설명을 들은 아이들이 목장의 골칫거리인 늑대를 쫓기 위해 언덕으로 올라가 꽹과리를 치며“늑대가 나타났다!”하고 함성을 지릅니다. 그러자 아이들을 인솔하던 직원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늑대 탈과 옷으로 변장을 한 뒤 아이들 앞에 나타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아이들 눈에는 완벽한 늑대입니다.

목장을 찾은 아이들이 단순히 목장 풍경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산양마을의 명물인 늑대를 탄생하게 하였는데요. 호응도가 너무 좋아서 걱정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늑대 탈을 쓰고 있는 것이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지요.

언덕에서 내려온 아이들은 이제 산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방목장으로 이동합니다. 여기서 산양들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먹이도 주는 체험을 하는데요. 얘들 엄마는 어디있냐, 쟤는 아까부터 누워있는데 아픈거냐, 눈동자가 네모 모양인데 원래 그러냐는 등 아이들의 질문은 수년간 목장을 관리해온 전문가들도 답하기 어려운 고난이도 질문입니다.

오후 1시, 각자 싸온 도시락을 먹은 후 오후 체험이 시작되면 산양우유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에게는 아이스크림이 최고입니다. 오전에 열심히 체험을 한 터라 지칠 법도 한데 하나같이 눈빛이 살아있습니다. 이렇게 아이스크림도 먹고 바람 부는 뜰에서 바람개비를 날리며 뛰어놀다보면 어느새 오후 2시, 이제 집에 갈 시간입니다.

올해 나이 35살.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농한 지 8년차인 저의 일상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 시행착오와 마음 고생도 많았지만, 2014년 우연히 참여하게 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산지생태축산 시범사업이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해오던 산양마을 목장의 일부분을 외부에 개방하게 되었는데요.

이제는 이렇게 목장에 찾아와 신나게 놀고 재미있었다고 배꼽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저의 원동력이자 제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농경나눔터 2017년 7월호 – 농촌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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