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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8월호-KREI에 바란다] 나주평야에서 새로운 40년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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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평야에서 새로운 40년을 꿈꾸다

글.박시현 선임연구위원

연구원 건물 6층 연구실에서 바라보는 나주 들판은 푸름으로 가득 차 있다. 영암 월출산이 아스라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나주와 영암을 가르는 나지막한 산들이 산맥을
이루어 광주 무등산으로 이어진다. 금년 7월말은 연구원이 이전한 지 만 2년의 세월이 흐른 때다. 처음에 시들시들하던 청사 주변의 나무들도 이제는 제법 싱싱하고 건강한 모습이다. 해가 갈수록 이 나무들은 뿌리가 깊어져 꽃과 이파리도 무성해질 것이다.

연구원이 나주로 이전한다는 공식 발표 후, 많은 사람이 연구원의 장래에 대하여 걱정을 하였다. 사람과 정보가 모이는 서울과 비교할 때 나주는 너무 다른 곳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회의와 행사가 개최되었고 많은 사람이 연구원을 들락거렸던 서울 홍릉에 비교하면 외부 인사의 나주 방문은 많이 줄어들었고 연구원 직원들의 대외 활동도 감소하였다. 연구의 밑천이라 할 수 있는 정보수집과 소통기회가 나주 이전으로 인해 많이 줄어들어 버린 셈이다.

연구원의 나주 이전이 현장 밀착형 연구 수행을 하기에는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 위로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주는 국내 유수의 농업지역으로 농업과 농촌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연구원 주변으로 펼쳐진 논과 밭에서 농민들의 수고로움과 농업의 어려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인근 축사에서 풍기는 악취는 우리나라 축산업의 불편한 진실을 일깨워준다. 혁신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마을에서 만나는 고령자와 빈집은 쇠락한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확실히 나주에서는 큰 품을 들이지 않고도 농업과 농촌의 실상을 쉽게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나주 이전 후 지난 2년을 돌이켜 보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교차하는 것 같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여유로운 삶과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연구원의 존재 이유인 좋은 연구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난 2년 동안의 나주 생활은 적지 않은 숙제를 던져준다. 이동시간 때문에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점, 나주라는 현장에 있어 오히려 다른 현장으로부터 멀어져 버린 점,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앉아 차분하게 머리를 맞댈 기회가 줄어든 점 등은 분명 마이너스 요소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큰 숙제는 농정을 이끌어갈 알맹이를 우리 스스로 갖추는 것일 것이다. 연구원이 서울에 있었을 때는 서울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기대어 연구원이 발전한 측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왔습니다’라는 말이 업무를 편하게 해주고 우리의 위상을 높여주는 데에 적지 않게 작용하였다. 어찌 보면 거품이라 할 수 있는‘서울’이라는 자만심이 우리 연구원에도 은연중에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장소적 브랜드 가치,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거품에 기대기 힘든 나주에서는 오로지 내용에 따라 우리의 평가와 대우가 달라질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미래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1985년 10월에 임시연구원으로 연구원과 인연을 맺었다. 32년의 세월을 연구원과 함께 한 셈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주고 내 가족을 먹여 살려 준 연구원에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연구원의 변함없는 발전을 기원한다. 이는 필자만이 아니라 연구원 가족 모두가 똑 같은 심정일 것이다. 연구원의 지난 40년 세월을 자양분 삼아 나주평야에서 새로운 40년의 세월이 더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다행히 우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좋은 연구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연구원 주변의 나무가 해를 더해 싱싱해지듯 우리의 좋은 연구 인프라가 나주에서 잘 살아나 세계적인 연구원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농경나눔터 2017년 8월호 – KREI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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