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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여건] “5분마다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 사는 기 아입니더”… 김해공항 소음 피해 ‘딴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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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예? 이 소리가 5분에 한 번씩 난다고 생각해 보이소. 사람이 살겠심니까?”

3일 오전 10시 부산 강서구 강동동 6통 일대의 딴치마을. 김해공항 활주로에서 직선거리가 700m도 채 되지 않는 이곳에는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콘크리트 도로 위에는 간간이 경운기만 지나갈 뿐 행인도 거의 없다. 길가에 드문드문 있는 체육시설이나 정자 주변에도 사람이 없다. 휑한 바람 소리만 간혹 들릴 뿐이다.

고요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귀가 찢어질 듯한 불쾌한 굉음이 온 마을로 밀려온다. 인근 김해공항에서 이륙한 제주행 비행기가 딴치마을 상공을 날아가며 낸 소리였다. 비행기가 머리 위를 날아갈 때는 귀가 먹먹해지고 머리까지 울리면서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비행기 이륙 소리는 30초가량 마을에 울렸다가 비행기가 한참 멀어진 뒤에야 줄어들었다. 코앞에서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맴돌다 사라진 기분이었다.



2014년 ‘시끄러운 마을’ 전국 1위

국토부 3종 대책지역 지정 불구

주민들 체감 방음효과 극히 미미

“수십년 소음 피해 지긋지긋

주거 이전 등 현실적 대책 필요”



이곳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마을 주민 A 씨는 “딴치마을에서는 소음이 일상”이라고 하소연했다. A 씨는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 이착륙 횟수가 다소 줄었지만, 평상시에는 훨씬 더 많은 비행기가 오간다. 가뜩이나 마을 주민들이 나이가 많아 귀가 어두운 데 비행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집밖에서는 대화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3일 환경부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이 제공하는 ‘항공기소음측정망 통계정보’에 따르면, 딴치마을은 지난해 기준 연평균 비행기 소음 영향도가 86.3웨클(WECPNL)을 기록해 전국 95개 측정소 중 5번째로 높았다. 2014년에는 딴치마을의 연평균 소음 영향도가 93.2웨클을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마을’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웨클이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장하는 항공기 소음 평가단위다.

딴치마을은 국토부가 지정·고시한 ‘제3종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국토부는 현행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항 인근 지역을 제1종(95웨클 이상), 제2종(90~95웨클), 제3종 구역(75~90웨클)으로 구분한다. 이후 이 지역에 사는 주민을 위해 방음 시설, 냉방시설 설치와 전기료 등을 지원한다. 한국공항공사 공항소음포털의 ‘소음대책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딴치마을을 포함한 김해공항 인근에 1994년부터 2019년까지 소음대책사업으로 408억 600만 원이 투입됐다. 연평균 16억 원가량 비용이 지출된 셈이다. 올해는 사업 예산이 37억 1000만 원으로 더 늘어났다.

연평균 소음대책사업으로만 수십억 원이 투입되지만 주민들은 “체감되는 방음 효과는 미미하다”고 성토했다. 마을 주민 B 씨는 “대부분 주민 집이 낡아 창문이나 문에 방음 시설을 달아 줘도 효과가 없다. 전기료 지원, 에어컨 설치 등 생활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항공기 소음 때문에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올 9월 딴치마을 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음 피해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김해공항 소음과 관련해 처음으로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한 판결이지만, 주민의 일부만 피해가 인정돼 딴치마을 사람들의 억울함은 여전하다. 주민 C 씨는 “어떤 기준으로 피해를 인정했는지 모르겠다. 마을 어딜 살아도 저 소리가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모른다. 지원이나 배상을 해 준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일보사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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