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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 2030들도 ‘도전! 귀농’… “인터넷시대 농업에도 ‘비전’ 충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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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영광 묘량면 ‘여민동락 공동체’





선배 귀농인들 경험 전수받고

고구마 수확 체험하며 구슬땀

SNS마케팅 활용 등 포부 키워



협동조합형 가게 ‘동락점빵’

작년 매출 3억2000만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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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농가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농촌의 위기도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청년 귀농·귀촌인을 늘려 농촌을 살고 싶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귀농·귀촌 연계 체험형 농촌관광’ 시범사업이 그 첫걸음이다.



지난달 29일 전남 영광군 묘량면 ‘여민동락 공동체’. 작은 시골 마을에 귀농·귀촌을 꿈꾸는 20명이 모여들었다. 범국본 ‘귀농·귀촌 연계 체험형 농촌관광’ 1박 2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20∼30대 젊은이도 눈에 띄었다. 김현선(여·35) 씨는 “서울에서 경운기 교육, 농사 교육도 이수했고, 미국에서 창업 관련 학교에 다닌 경험을 살려 농업 분야에서 창업해 성공하고 싶다”고 귀농·귀촌 계획을 밝혔다. 김 씨는 고향인 전남 무안군에 정착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현실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내려오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할 생각”이라며 “젊은 사람이 도전해서 농촌 현실을 바꿔보고 싶은 꿈이 있다”고 웃었다.



경기 파주에서 왔다는 이동영(24) 씨는 “스마트팜(Smart Farm)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첨단 농업에 관심을 갖게 돼, 귀농·귀촌 박람회도 찾아다녀 봤다”며 “SNS 마케팅, e-커머스 등 농업에도 충분히 비전이 있음을 알게 됐고, 특히 스마트팜은 기존 영농보다 소득도 훨씬 높다. 이제는 인터넷 시대라 농촌과 도시 격차도 많이 좁혀져서 귀농에 적극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찾은 여민동락 공동체는 귀농·귀촌인들 주도로 노인복지서비스, 사회적농장, 협동조합형 마을가게 ‘동락점빵’ 등이 운영되는 모범 마을이다. 귀농·귀촌인들이 설립한 농장과 공장에서 지역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도 살려냈다. 이런 성과를 내면서 2007년 3가구, 총 8명(자녀 2명 포함)이었던 여민동락 귀농·귀촌 인구는 현재 88명(자녀 39명 포함)까지 늘어났다.



귀농·귀촌 연계 농촌관광은 일반 관광상품과 달리 강연 위주로 진행됐지만, 참가자들은 지루해하기는커녕 생생한 ‘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점심 후 첫 일정부터 노인복지센터에서 국형진 영광군청년센터장의 강연이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후 마을로 자리를 옮겨 이은경 여민동락 이사의 영농조합 설명이 이어졌다. 2007년 권혁범 여민동락 대표 등 대학 선후배들이 묘량면 빈집으로 이주, 휴경지를 임차해 밭농사를 시작하면서 ‘여민동락 농장 동락원’으로 명명한 게 시작이었다. 현재는 농업법인 영농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은 급여를 받고, 조합에 참여해 농사를 짓는 지역 노인들은 판매소득을 나눠 갖는다.



이어 오후 3시부터 고구마 수확 체험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목장갑과 호미, 삽 등을 받고 고구마를 캐 상자에 담는 작업을 했다. 대부분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이미 고구마를 다 캔 곳에 호미질을 하는 등 실수가 이어졌다. “삽으로 가운데를 파면 고구마가 다 찍힌다”는 등 영농조합 직원들의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지자 고구마를 제대로 캐내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1시간가량 고구마를 수확하며 즐거워했다.



복지센터 옆에는 여민동락 공동체의 ‘명물’인 약 13㎡(4평) 규모의 동락점빵이 있었다. 묘량면 인구 대부분이 노인인데, 마땅히 간식이나 생필품을 구매할 곳이 없어 여민동락 공동체에서 2011년부터 구멍가게를 운영 중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채소 등 배달 서비스도 운영한다. 초록색 탑차 ‘이동점빵’이 묘량면을 남쪽 마을과 북쪽 마을로 나눠 주 1회씩 찾아간다. 동락점빵은 지난해 3억2000만 원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4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민동락 공동체가 더욱 특별한 것은 ‘교육’을 매개로 마을을 살려냈다는 점이다. 원래 초등학교 3곳이 있던 묘량면에서는 2009년 마지막 남은 묘량중앙초등학교마저 폐교 위기를 맞았다. 이때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귀농·귀촌인들이 나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이들의 적극적 노력으로 12명까지 줄었던 묘량중앙초 학생 수는 2012년 34명으로 증가, 폐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에도 학교 살리기 운동은 계속됐고, 현재는 학생이 79명까지 늘었다. 최근엔 교육부 혁신공간사업에 선정돼, 농촌형 미래교육 모델 초·중 통합학교 예산 150억 원을 확보했다. 학교 살리기 활동 덕에 전남도 한옥대중화 사업 지원을 받아 5채의 소규모 한옥마을이 조성됐고, 이곳에는 새로 유입된 귀농·귀촌 5가구가 살고 있다. 권 대표는 “농촌 살리기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학교”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화일보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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