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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거래소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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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농민신문 기고| 2009년  2월  4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상품의 거래는 소유권이 이전되는 상류(商流)와 실제 상품이 이동하는 물류(物流)로 이루어진다. 신용 거래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상류와 물류가 함께 이루어졌으나 신용 거래가 발달하면서 상류와 물류가 서로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조선시대 보부상들은 등짐이나 봇짐을 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상품을 팔았다. 보부상 한사람이 상류와 물류, 결제 기능까지 담당했던 것이다. 반면 최근에 등장한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생각해 보자.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하면, 신용카드 회사가 대금을 지급하고, 택배회사가 물건을 배달해 준다.

상류와 물류를 분리시킴으로써 유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다. 구매자는 물건을 찾기 위해 시장에 나갈 필요가 없으며, 판매자도 구매자를 기다리기 위해 상점을 개설할 필요가 없다. 중간 유통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복잡한 거래가 이루어지더라도 물류는 최초 생산자로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단 한번만 이루어지면 되므로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거래 협약, 신용 결제, 물류 각각의 분야를 전문화시킴으로써 거래 과정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

상류와 물류가 분리된 전자상거래가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 집계에 의하면 2007년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규모는 무려 517조원에 달했다. 그중 기업간 대규모 전자상거래를 의미하는 B2B거래는 464조원으로 9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B2B 전자상거래 규모는 해마다 24%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는 사실은 전자상거래가 기업의 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바가 큼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농산물의 전자상거래, 특히 B2B 거래는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다. 농산물은 일반적으로 공산품에 비해 표준화가 잘 되어 있지 않아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품질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신선농산물은 농장에서 수확할 당시에는 신선했다하더라도 수송 과정에서 신선도가 저하될 수도 있다. 이처럼 농산물은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그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자상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접 확인하지 않고 거래할 수 있을 정도로 표준화가 잘 이루어진 농산물의 비중도 적지 않다. 쌀의 경우 품종, 생산지, 도정시설, 도정일자 등의 기본적인 정보만으로도 그 품질을 추정할 수 있는데, 농업생산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이른다. 또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등 4개 축산물은 공공기관에 축산물등급판정소에서 객관적인 등급을 판정하고 있는데 이들 품목이 농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이다. 그밖에도 인터넷쇼핑몰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잡곡, 고구마, 사과, 배 등과 같은 농산물을 감안하면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농산물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산품처럼 표준화가 되어야 비로소 농산물의 B2B 거래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표준화가 잘된 농산물부터 B2B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 추진 가능한 B2B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다양한 농산물의 B2B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다단계의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농산물 사이버거래소가 출범할 예정이다. 사이버거래소는 농산물도 상류와 물류가 분리되는 현대적인 방식의 거래를 실현하고 이를 다른 농산물 유통의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이버거래소는 2013년까지 8천억원 규모의 농산물을 취급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농산물의 2% 수준이다.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도록 하듯이 비록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이버거래소가 농산물 유통구조 전반을 개선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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