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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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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중기선행관측에 대한 연구자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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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덕
KREI 논단| 2010년 9월 9일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들어 농업관측의 키워드는 단연 중기선행관측이다. 올해부터 연구원 농업관측사업에 중기선행관측 사업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중기선행관측 품목은 채소에 양파, 파, 배추, 무 4개 품목과 축산에 돼지, 육계 2개 품목으로 총 6개 품목이며, 앞으로 그 숫자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중기선행관측 사업은 농축산물의 생산규모를 사전에 조절할 수 있도록, 출하기의 수급 전망을 사전에 제공하여 농업관측의 효과성 제고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제까지의 농업관측은 1∼3개월의 단기관측 중심으로 유통물량 조절에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에, 생산조절과 연계하는 기능은 취약했다.

 

  축산관측 부문에 중기선행관측 사업이 도입되면서 돼지는 기존 3개월 선행관측에서 6개월 선행관측으로, 육계는 기존 1개월 관측에서 3개월 선행관측으로 바뀌었다. 육계나 돼지는 병아리 또는 새끼돼지부터 각각 35일, 156일 정도 사육하여 출하한다. 그런데, 사전에 숫자를 효과적으로 조정하려면 육계 종계(씨닭)부터 또는 모돈(어미 돼지)부터 조정하여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육계는 적어도 3개월 전, 돼지는 적어도 6개월 전에는 조정을 위한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측 방법을 보완하고, 표본 수나 모니터링 숫자도 조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우부문에 중기선행관측사업을 도입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중기선행관측 사업의 목적이 생산규모의 사전 조절이므로 적어도 2년 이상 앞을 내다보아야 한다. 한우는 일반육이라 할지라도 24개월령, 고급육인 경우에는 30개월령 이상까지 사육하는 등 비육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한우부문에 중기선행관측 사업을 도입할 경우 현재 3개월 관측하는 체제에서 24개월 이상 앞을 관측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연 한우에 대해 중기선행관측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가능하다. 그렇지만 2년 이상 후인 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정확도 측면에서 관측상 큰 부담을 갖게 된다. 특히 그 변동요인이  수요측의 급격한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예측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의 예만 들어보아도 관측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2006년부터 2008년중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과 관련하여 5차례 이상 농가 및 소비자의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였다. 수입이 재개되었다가 뼈조각  같은 것들이 발견되어 검역이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었던 일이 수차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2008년 후반 이후 수요측의 큰 변화라면 정육식당의 폭발적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쇠고기에 대한 이력추적제가 전면 시행되고,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정육점형 식당이 많이 생겨났다. 이러한 것까지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예측할 수 있었다 치더라도, 2009년 말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문에 정육점형 식당의 쇠고기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는 점은 예측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일정을 2년전에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며, 누가 수입한 쇠고기에서 뼈조각이 나와 수입이 중지될 것을 예측할 수 있을까? 누가 언제 무슨 사건으로 수요가 증감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할 수 있을까? 관측 기간이 긴 만큼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위험은 커지게 마련이어서 중기선행관측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가면 파동이 올 것이 예상되는데, 위험성 탓만하고 덮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일례로, 최근에 한육우 사육두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사상 최고 두수인 291만 두를 예상하고 있는 데다가 축산농가의 송아지 입식의향마저 높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다른 작목 소득보다 한우 소득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일반 경종농가도 너도나도 한우 입식을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육두수 관측과 관련한 대부분의 지표들이 사육두수 증가를 예상케 한다.

 

  위험이 따르더라도 한우 중기선행관측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예상되는 문제를 수시로 지적하는 수준에서 관측을 해야 할 것인가.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찾아오는데도 관측 담당자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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