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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금융에도 좌·우의 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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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준기
KREI 논단| 2010년 1월 10일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새는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공중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좌우가 공존해야 한다는 취지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책도 있다. 금융에도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이라는 좌우의 날개가 있다. 간접금융이란 자금 수요자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일정기간 대출받고 이자를 지불하는 방식이며, 직접금융은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여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증권시장이 대표적이다.

 

외부 인사들로부터 전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농업금융’이라고 대답을 하지만 나 스스로 뭔가 허전함을 느끼곤 한다. 내가 응답한 ‘농업금융’이라는 용어는 보통 농업정책자금과 상호금융으로 범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업금융을 논할 때마다 농업투자의 낮은 자금회전율과 높은 불확실성으로 민간 자본투자 방식의 직접금융 시장을 농업부문에 도입하기 어려우며, 결국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하는 융자방식의 농업정책자금과 상호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농업경영체의 변화를 살펴보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가진 경영주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시설농업과 축산업을 중심으로 규모화, 전문화된 농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자본 투입적, 농기업적 성격을 가지며, 단순한 농업소득 향상을 넘어서 투자를 통해 이윤을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농가 간 협력을 통해 부가가치 증대와 영농활동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목적으로 규모화된 농업법인(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을 조직하여 운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으며, 이 경영체들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규모화와 전문화를 추구하는 농업경영체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투자자금이다. 그러나 현재의 농업금융시스템(농업정책자금과 상호금융) 하에서 농업경영체가 필요자금을 조달하려면 담보능력이 있어야 한다. 담보능력이 부족한 농가는 수익성 있는 사업계획이 있어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다. 즉, 간접금융이라는 한 쪽 날개만으로는 농업금융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특히 농업인력의 감소로 후계농업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필요자금 조달 시 담보능력만 강조하면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작지만 역량 있는 젊은 농가들의 농업 진입 및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농업정책자금과 상호금융 대출방식도 담보제공능력 위주의 대출방식을 사업성 및 수익성 평가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수익성 있는 농업경영체에 민간 자본이 유입되어 자본제한을 완화하도록 해야 한다. 즉, 농업금융의 다른 쪽 날개인 직접금융이 작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벤처캐피탈 방식의 일환으로 농업부문에도 모태펀드(Fund of Funds)가 조성되어 지원을 시작하였다. 늦은 감이 있지만 농업부문에도 직접금융시장이 도입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자본은 본질적으로 이윤 추구 경향이 강해서 농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기보다는 일부 수익성 있는 경영체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도입되었던 농업전문펀드의 경우 농업생산보다는 연관된 기업에만 주로 자금을 지원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민간자본의 투자는 회계상 자본의 증가이므로 부채를 감소시키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는 반면, 과도한 경우 민간 투자기관의 지분율이 높아져 오히려 수익성 있는 농업경영체가 민간자본에 종속되는 부작용도 동시에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빈곤은 탐욕스런 금융업자가 가난한 자를 착취한 결과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부족으로 차입자가 효율적인 신용에 접근할 수 없어서라고 한다. 우리 농업이 절대빈곤을 염려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에 농가소득과 농업부가가치의 하락은 우려할 상황인 것도 분명하다. 이제 농업금융이 농업의 성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여하는 길은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이 어우러진 온전한 농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농가가 직면하고 있는 자본제한을 완화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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