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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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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도 고부가가치 시설 농업으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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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은수
 KREI 논단 | 2011년  11월 8일
 한 은 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초청연구원)

 

 “이러다 백김치를 담가 먹어야 하는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11월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등 주요 김장 품목의 가격은 내렸지만 고춧가루 등 양념류 가격이 급상승하여 주부들의 금년 김장 걱정이 늘고 있다.  

 

  고추 자급률 50% 이하로 감소 추세

 

  2011년산 건고추(화건) 수확기 도매가격은 상품 600g당 1만 6,600원까지 치솟아 평년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이 줄면서 이월되는 재고량이 적었고, 또 금년 6월부터 8월 중순까지 계속된 집중호우로 탄저병이 확산되어 수확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농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고추 재배면적은 1996년 9만 762ha에서 연평균 4.0%씩 감소하여 올해는 1996년 절반 수준인 4만 2,574ha가 되었다. 반면 수입량은 연평균 10.5%씩 증가하여 2010년에 10만 502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과 동시에 국내 생산량(9만 5,391톤)을 넘어선 첫 해로 기록되었다. 이처럼 국내 고추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고추 자급률은 50%가 무너진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수입 고추에 대한 국산 고추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량 확대가 우선 과제이지만, 농촌 고령화로 인해 재배면적을 확대하여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늘리는 생산성 혁신이 필요하다.

 

 비가림 시설재배가 대안

 

 고추 수확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병해인데 그 중에서도 역병과 탄저병의 피해가 크다. 고추 역병에 저항성이 있는 PR(Phytophthora Resitant)계통 품종이 많이 보급되면서 금년에 역병 피해는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으나, 탄저병 예방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잦은 집중 호우 이후 발병률이 높아지는 탄저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비가림 하우스 재배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이는 노지 재배보다 여러 측면에서 이점을 가진다.

 

 첫째, 비가림 하우스 재배는 노지 재배보다 탄저병 등의 피해가 적다. 평균 농약 투입 횟수가 노지 재배의 절반 이하로 생산비가 절감되며 탄저병 방제를 위한 추가적인 노동 투입시간도 적다.  

 

 노동력 부족문제는 고추가 특히 심각한데 2010년 기준 고추 노동 투입시간은 10a당 168시간으로 마늘(129시간)과 양파(104시간)보다 월등히 많다. 금년의 경우 수확 초기 탄저병이 확산되었으나 방제를 하기에는 노동력이 부족하여 조기에 수확을 종료한 농가들이 많았다. 한편, 금년 가격이 높아지자 농가들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 투입횟수를 10회 이상으로 늘림으로써 노동투입과 생산비가 예년에 비해 많이 증가하였다.

 

 이처럼 금년에 노지에서 고추를 재배한 농가는 탄저병으로 인해 힘겨운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가림 하우스에서 고추를 재배한 농가는 탄저병이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평균 농약 투입횟수가 노지 재배의 절반 이하인 3~5회로 생산비가 절감되었으며 추가적인 노동 투입시간도 적었다.  

 

 둘째, 비가림 하우스는 탄저병 등 병해 피해를 줄임으로써 고품질의 고추 수확이 가능해진다. 비가림 하우스의 고추는 노지에서 수확된 고추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을 받아 농가소득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한다.

 

 셋째, 노지 재배는 10월에 수확을 종료하는 반면, 비가림 하우스 재배는 11월까지 수확이 가능하여 전체 수확량이 노지 재배보다 3~5배 이상 늘어난다.  

 

 고추 생산량 확대를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주산지인 시·군을 중심으로 시범포를 운영하도록 하고 초기 시설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고추 비가림 하우스 시설을 확충하고 재배기술을 보급하여 단위당 수확량을 늘리고 국내 자급률을 높이려는 것은 바람직한 전략이다. 물론 지금 당장 노지에서 재배하는 고추를 하우스로 전환하기에는 인력문제와 예산 등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고추산업이 큰 위기에 봉착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생산량이 줄고 수확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고추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고추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대책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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