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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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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농정회고와 새해 농정방향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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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준기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2년 12월호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2년이 우리 농정에 대내외적으로 많은 과제를 남기고 저물어 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EU FTA에 이어 한·미 FTA가 발효되었고, 한·중 FTA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지금까지 시행해 온 농산물시장 개방의 대응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요 곡물 생산지역에서 최악의 가뭄으로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여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였고, 2012년산 쌀 생산량은 406천 톤으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식량문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였다.

 

농업·농촌의 현안과 농정의 대응

 

  대내적으로는 농산물 가격 등락현상의 심화로 소비자 물가의 불안정 문제가 제기되면서 농산물 유통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농협을 비롯한 생산자단체의 역할 재점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농촌지역의 지속적인 고령화 진행으로 농업노동력의 양적·질적 저하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영세고령농의 증가로 농가 간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농업경영비의 상승으로 농가의 농산물 등 상품의 판매가격에 비해 농가구의 농자재비 등 구입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농가소득 저하 문제도 중요한 농정과제로 대두하였다.

 

  정부는 미국, EU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 추진에 따른 농업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응력을 제고시키기 위하여 FTA 보완대책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였다. 그 결과,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보전 지원수준의 상향조정, 'FTA 이행에 따른 농업인등지원센터' 설치, 밭직불제의 도입, 경쟁력 강화 지원 확충 등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하였다. 국제곡물가격의 상승이 2012년산 쌀 생산량 감소와 그에 따른 식량자급률 하락과 맞물리면서 곡물수급 문제의 해소를 위한 정책적 역할이 강조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국제곡물의 관측기능을 강화하여 정확한 정보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수급상황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국내산 곡물 및 사료작물의 생산장려, 신품종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농산물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생산자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농협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결과,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금년 3월부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였고,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필요자본금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였다. 고령농가의 노후 생활안정 대책으로 2011년부터 '농지연금제도'를 도입하여 일정 경력 이상의 농가에게 연금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쌀농업직불제의 확충, 농작물재해보험 대상품목의 확대 등을 통해 농가의 소득 및 경영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농정의 새로운 접근을 위한 제언

 

  농업·농촌의 현안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도 여전히 다수의 핵심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새해, 새로운 정부를 맞이하게 되었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추가 보완대책에도 농가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과 농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농자재가격 상승과 시장 개방에 따른 농산물 공급 증가로 농업소득 개선에 한계가 있고, 농촌의 고령화와 영세고령농 문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정책방향과 접근방식으로 농업·농촌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농정 추진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농정의 중장기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정책 프로그램의 성격을 산업과 복지 정책으로 구분하며, 명확한 정책대상을 선정하여 정책수행에 따른 성과를 제고시켜야 한다. 농정추진체계도 개별사업 위주의 산발적·단기적 방식에서 벗어나 종합화·체계화하고, 핵심 정책목표를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농가가 우려하는 것은 경영불안정과 소득 저하 가능성이다. 그러나 현행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 정책은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도입되었으며, 개별농가가 여건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체계화되지 못하였다. 특히 규모화·기업화되는 농가가 늘어나는 데 비해 경영회생지원 등 경영안정화를 위한 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유사한 성격의 다양한 직접지불제는 소득보전, 공익적 기능 등에 따라 정비되어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품목 수만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농가의 수입안정화를 위한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소비자 없는 농업은 존재할 수 없다. 안전한 농산물 공급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부처로 분산되어 있는 농식품의 안전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 농협의 제자리 찾기를 통해 산지유통을 활성화하여 농산물 가격안정과 농가의 소득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

 

  농촌의 고령농과 고령영세농은 복지정책의 대상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고령영세농은 최저 생활이 가능하도록 선별적 복지지원이 적극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령농가는 자력으로 노후생활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농지연금제도의 확충이 필요하다. 농정추진체계에 대한 점검도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을 설계하는 중앙정부와 이를 집행하는 지방정부 간의 유기적 역할이 가능하도록 정비하고, 농정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농업인의 농정참여 확대를 통해 현장의 변화를 농정에서 적극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민관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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