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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투융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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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준기

 

KREI논단 | 2014년 9월 18일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성장이 정체 혹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사양산업(斜陽産業)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실제 농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최근에는 2%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고, 수익성도 떨어지는 농업부문에 정부가 과도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업부문 투융자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사실일까? 42조 원, 45조 원, 119조 원, 농어촌특별세 등 일반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버거운 이 숫자들이 농업에 대한 과도한 재정투입의 비판 대상이다. 비농업부문에서는 이렇게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업부문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시장개방에 반대하며,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선으로 농업을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농업 투융자가 과다하다는 비판의 밑바탕에는 두 가지 오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통상적 농림예산 외에 추가(+α)로 42조 원, 45조 원, 119조 원 및 농어촌특별세를 지원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 오해이다. 둘째, 과거 특정 시점에서 나타났던 농업 재정투입 확대와 그에 따른 부작용(부채 문제 등)이 지금도 농업부문에 만연되어 있을 것이라는 오해이다. 

농업예산 추이를 보면, UR 협상 타결 이후인 1990년대 후반에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예산 규모가 확대되었다. 또한 예산 중 일부를 개별 농가에 직접보조 방식으로 지원함에 따라 일단 정부보조금을 받고 보자는 인식이 부분적으로 확산되면서 농가부채 누적, 보조지원 시설물의 관리 부실 등 부작용이 발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통상적 농업예산 외에 추가로 과도한 재원이 농업부문에 지원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42조 원은 1992~1998년의 농림예산 총액, 45조 원은 1999~2002년의 농림예산 총액, 119조 원은 2003~2013년까지 10년간 농림예산 총액이다. 농어촌특별세는 도입 당시에는 추가 재원 성격이었으나 45조 원 농업 투융자 계획에서부터 일반 농림예산으로 통합되었으며, 현재는 일반회계 재원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농업 투융자 방식도 직접보조방식에서 융자방식으로 전환하여 자금을 필요로 하는 농가가 금융기관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농업종합자금제를 도입·운영함으로써 자금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농가부채 문제는 농업인력의 고령화로 지금은 오히려 농업에 대한 자본 투자의 기피 현상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실제 농업용 부채는 2000년대 후반부터 하락하여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UR 협상 이후 지속되어 온 시장개방의 흐름 속에서 피해가 불가피한 농업부문으로부터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기 위해 재정투자 규모를 부분적으로 확대하여 농업 투융자계획을 수립하였고, 여기에 42조, 45조, 119조 등의 이름을 붙여서 사용해 왔다. 작년에 119조 원 투융자계획이 종료되었고, 금년부터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따라 농식품 재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대적 필요에 따라 이름 붙여진 농업 투융자계획들이 농업에 대해 과도한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국민들에게 오해를 초래한 점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국가전체예산에서 농식품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농업투융자계획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995년에는 21.1%였으나 2000년 9.8%, 2005년 6.2%, 2010년 5.9%, 2013년 5.4%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최근 농업부문 보조금의 정상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지원 목적에서 벗어나 비효율적, 비정상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지금도 농업에 과도한 재원이 투입되고 있고, 그 재원이 비정상적으로 남용(濫用)되고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 접근은 옳지 않다. 농업을 포함한 어떤 부문에서도 정부 지원 자금을 자의적·비정상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일반적 원칙에 근거한 균형감 있고,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만이 농식품 재정 운용의 효율성 제고와 농업의 지속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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