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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에 젊은 피 수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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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덕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15년 5월 15일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 축산업은 노쇄화 돼 가고 있다. 노쇄화란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축산업을 둘러싼 중요한 내외적인 여건변화들만 살펴보더라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여건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해 오지 못한 것이 우리 축산업의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축산농가가 처해져 있는 상황은 어떤가. 먼저 FTA 등 시장개방으로 인해 가축사육 의욕이 저하됐다. 실제로 FTA 피해에 대한 폐업지원으로 1만이 넘는 한우농가가 폐업을 신청했다. 일단 폐업보상금을 받게 되면 1년 이내 축사를 철거해야 하고, 5년간은 같은 장소에서 동일 축종을 사육하지 못한다.

둘째, 가축분뇨처리 특히 악취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소득이 적은 농가 입장에서 선뜻 비용을 부담하기 쉽지 않다. 셋째, 가축질병의 빈번한 발생으로 인해 축산업을 지속하는 데 대한 리스크가 커졌다. 그리고 사회적인 안티축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또한 축산업은 사회적으로 힘들고 더럽고 위험해 기피하는 소위 3D업종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 상태라면 현실적으로 젊은이가 신규로 축산업에 진입하기에는 오히려 나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축산업은 양적인 성장은 해 왔지만 질적인 성장이라 할 수 있는 발전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축산업에 젊은 피 수혈은 시급한 문제이다. 젊은 피 수혈로 융합적 사고에 의한 부가가치를 높인 새로운 융합기술 접목 사례가 신문지상 그리고 방송 등에 소개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축산업에 들어올 수 있는, 또는 찾아올 수 있는 젊은 피는 어디에 있을까. 주로 20~30대의 미취업자 또는 이직자 중 유휴인력, 30~50대에 걸쳐 분포하는 축산업 승계자 등이 우선 대상에 올려 진다. 이들을 어떻게 축산업에 들어오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젊은이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대책마련에 있어 중요하다. 단적으로 ‘돈과 명예’이다. 주변 의식 측면에서 최소한 중간 이상은 돼야 하고,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소득 확보가 보장돼야 한다. 일정 소득을 확보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하지만 장치산업이라 할 수 있는 축산업을 시작하는 데는 초기에 한꺼번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점이 축산업 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젊은이에게 부족한 것은 초기 진입자금 이외에도 경험이 있다. 경험부족이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 단축과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든 도와 줄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교육체계 구축과 교육 기간 동안 경제적 문제 해결이 현실적인 과제이다. 이러한 점이 축산업을 찾아오는 데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달 축산후계자 육성을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본으로 조사출장을 다녀왔다.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이 같은 고민을 해 왔고, 이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정착돼 있다. 예를 들면, 신규축산업에 취업코자 하는 사람에게는 농업대학교나 선진농업법인 등에서 연수 및 실습기회를 주면서, 그 기간 동안 금전적으로 지원한다. 귀농자 중 경험자나 기초교육을 이수해 축산업을 바로 영위할 수 있는 사람에게도 같은 수준으로 지원한다. 농업법인 등 차세대경영자 육성을 위해서는 ‘청년등 취농자금’을 무이자 또는 ‘슈퍼L자금’으로 지원한다.

지자체에서도 적지 않은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 고치현에서는 축사은행사업과 매우 유사한 사업을 현 단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축사를 건축하는 데 대한 지원으로 실제 소요되는 비용을 기준으로 축종별 시설형태별로 ㎡당 보조 한도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보조율은 현이 1/3(최대 2/5), 시정촌이 1/3 정도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인 지역 JA는 1/3 이하의 비용에 대해서만 임차료를 결정할 때 고려하게 된다. 때문에, 농가입장에서는 아주 저렴하게 축사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후계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승계자인 자녀가 아버지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은 꺼리는 분위기이다. 별도의 장소에 농장을 하도록 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는 점에서, 농지은행과 유사한 개념인, 축사은행과 같은 사업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축산업의 고령화도 심각해 향후 10년 내 45% 정도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부터라도 서둘러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해야 하고, 그 첫걸음으로 축사은행사업 도입은 시급한 과제이다.  
혹자들은 ‘이제까지 농가호수는 줄어들었지만 호당 사육마릿수는 증가하지 않았느냐’면서 ‘축사은행이 사육마릿수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렇지만 농가입장에서 이미 동일 위치에서의 규모 확대는 한계에 와 있고, 사육규모를 늘리고 싶어도 바로 옆의 농장이 알맞은 타이밍에 나오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새로 축사를 지어 규모를 확대할 수도 없다. 반면 주위에는 폐업 등으로 놀고 있는 축사가 방치돼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유휴화된 축사를 리모델링해 임대하는 축사은행사업이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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