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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응한 장기적 안목의 농업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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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학균

 

농민신문 기고 | 2015년 5월 20일
정 학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후변화는 지구공전궤도나 화산활동 같은 자연적인 요인과 온실가스·에어로졸 농도증가 등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평균상태를 벗어나는 대기의 변화를 의미한다. 국내외적으로 전 분야에 걸쳐 이러한 기후변화와 파급영향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이는 곧 미래의 변화를 주도할 메가트렌드(megatrend·거대한 시대적 조류)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UN)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3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이 0.85℃ 상승했으며,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21세기 말에는 3.7℃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지난 100년 동안 1.8℃ 상승했고, 21세기 후반에는 5.7℃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폭염과 열대야 등 기후관련 극한지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부문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기후요소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만약 이러한 기후변화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게 될까?

첫째, 기후변화는 재배 적지에 영향을 미친다. 1970년 경남북 지역에서 재배되던 사과는 최근 경남 거창, 전북 장수·무주 등 고랭지와 준고랭지, 산간지역으로 재배지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에 전남 목포·해남·고흥과 제주 북부에서 재배되던 참다래는 최근 경남 사천 등지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둘째, 작물 단수에 미치는 영향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쌀의 생산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8.5) 적용시 평년 대비 단수 증감률은 2020년 -5.2%, 2030년 -7.6%, 2050년 -19.6%로 추정됐다.

셋째, 병해충 피해 발생 정도에도 영향을 준다. 기온이 상승하면 혹명나방·벼물바구미 등 벼 해충의 피해가 증가하고, 강수량이 증가하면 줄무늬잎마름병·잎집무늬마름병·잎도열병 등 벼 병의 피해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이상기상에 의한 피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상저온과 이상적 강수량 증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쌀 단수는 10.5~23.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농가들은 이러한 기후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무려 92.3%의 농가들이 ‘기후변화(이상기상)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고, 기후변화가 미래 농업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64%의 농가가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응해 생산량 감소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다각적인 적응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정부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새로운 품종개발(72.5%)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농가들의 의견도 많았는데, 이를 반영해 내서성 품종과 새로운 병충해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등 신품종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병해충·잡초 등에 대응한 방제기술과 예측모델 개발, 수확시기 조절 등의 재배기술 개발, 새로운 재배적지 조정 등의 생산기술 개발도 빼먹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이상기상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후화돼 제 기능을 잘 하지 못하는 수리시설들에 대한 개보수 및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이상기상에 대해 재해보험과 같은 위험관리프로그램을 보다 확대 운용한다면 기후변화로부터 농가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피부로 실감할 정도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농업부문은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므로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로서는 미래의 식량안보를 담보하기 위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기상요소에 대한 기존의 적응방안과 동일하게 여기거나 먼 장래의 불확실성만을 생각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 앞에서 너무 머뭇거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장래와 우리 미래세대가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깨닫고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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