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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가 곡물 국제가격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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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진

 

KREI 논단 | 2015년 7월 22일
김 종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엘니뇨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외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언론들도 최근 발생한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을 예로 들며 엘니뇨의 영향력을 경고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주문하고 있다. 축산물은 배합사료 원가의 60-70%가 곡물이 차지하고 있어 2차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특히 밀, 옥수수, 콩, 쌀 등 곡물은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어 곡물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글에서 필자는 국제곡물의 수급전망 담당자로서 엘니뇨로 인한 곡물가격 급등 우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국내외 기상전망기관들은 금년 4월 혹은 5월부터 엘니뇨가 시작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6월 말 시점으로는 엘니뇨 관측지점(Nino 3.4)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1.4℃까지 상승하여 중간 강도의 엘니뇨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엘니뇨는 금년 말 혹은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엘니뇨의 발생 시점 예측에 비해 발생 강도 예측의 신뢰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시점에서는 이번에 발생한 엘니뇨의 향후 전개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엘니뇨가 세계 곡물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엘니뇨로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지역과 주요 곡물생산 지역을 함께 검토하는 방법으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호주의 가뭄으로 인한 밀 생육피해이다. 현재 호주의 밀은 파종이 거의 끝난 상태로 다행히 지금까지는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보고되고 있지 않다. 반면, 태국, 인도,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 주요 쌀 생산국가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태국의 경우 주요 저수지의 저수율이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며, 인도에서도 물 부족으로 벼 파종이 지연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지난 6월 말 미국 중서부 지역의 비는 수확기 밀 품질 저하 우려와 함께 콩 파종 포기면적을 증가시킨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엘니뇨가 곡물의 국제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영향이 크지 않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자의 엘니뇨 발생 여부와 곡물 국제가격 변화율과의 상관관계 분석에서도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엘니뇨는 곡물 국제가격을 급등시킨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86년에서 1988년까지 19개월간 계속된 엘니뇨는 세계 곡물 총생산량을 2년 연속 감소시켰으며 곡물 국제가격을 70% 이상 상승시켰다. 이렇게 몇몇 사례에서 엘니뇨로 곡물 국제가격이 급등한 것은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이 곡물의 주요 생산국 내에서 발생하여 생육 중인 농작물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즉, 엘니뇨가 곡물가격을 급등시키기 위해서는 엘니뇨로 대규모의 기상이변이 발생하여야하며 이러한 기상이변 발생 지역이 주요 곡물 생산국과 겹치며 이 시기 이 지역에 곡물 생육이 진행 중이어야 한다는 여러 가지 조건이 일치하여야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조건이 일치하여 실제 엘니뇨로 인해 곡물 국제가격이 급등한 경우는 1950년 이후 발생한 19회의 엘니뇨 중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을 정도의 수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발생한 엘니뇨의 곡물 국제가격에 대한 영향전망은 EU의 JRC(Joint Research Center)에서 지난해 연말에 발표한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JRC는 금년에 강한 강도의 엘니뇨 발생을 가정하고 지역별 주요 곡물의 평년 대비 단수변화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를 볼 때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호주의 밀로 단수가 3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하여 북미 및 중국의 밀과 옥수수도 단수가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남미와 구소련연방국가(CIS)들은 강수량 증가로 단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이러한 단수 변화를 이용하여 주요 곡물의 세계 생산량 및 국제가격 변화를 분석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국제곡물 월보 7월호 참고)에서 밀은 세계 생산량이 소폭 감소하여 가격이 4.5% 정도 상승하나 옥수수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으며 콩은 생산량 증가로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였다. 또한 밀 가격 4.5% 상승은 CBOT 등 주요 해외 곡물시장에서 하루에도 4-5%의 가격변동이 흔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가격상승으로 볼 수 있는 크기는 아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엘니뇨가 곡물의 국제가격을 크게 변동시킨 경우는 흔치 않으며, 국내외의 시나리오분석 결과도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온 점에 더하여 다음의 추가적인 이유로 이번 엘니뇨가 곡물의 국제가격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한다. 첫째, 세계 곡물의 수급은 작년과 재작년의 2년 연속 풍작으로 어느 정도의 생산측면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재고가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둘째, 곡물의 국제가격에 대한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유가, 달러화 가치, 세계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변수들이 국제곡물 가격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필자는 이상과 같은 결론으로 이번 엘니뇨가 곡물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바는 아니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은 그 단어가 표현하는 바와 같이 이변으로 그 크기가 어느 정도로 발생할지 아직까지 불확실하며, 만약 곡물의 국제가격이 크게 상승할 경우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 콩 등의 곡물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피해는 엄청날 수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밀, 옥수수, 콩의 수입액은 약 6조 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곡물 국제가격이 10%만 상승하여도 우리나라는 동일한 양의 곡물을 수입하면서도 6천억 원의 수입대금 지급이 증가한다. 따라서 엘니뇨가 곡물의 국제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가격변동에 매우 취약한 우리나라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언론 등의 과잉 반응으로 위험이 과대 포장되고 이로 인해 곡물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곡물가격 상승을 바라는 곡물 수출국에서 생산된 뉴스가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되어 곡물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염려된다. 작년 상반기 곡물 국제가격을 크게 상승시켰던 우크라이나 사태도 결국 생산측면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우리나라는 작년 상반기에 평소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곡물을 수입하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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