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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문제, 직불제를 넘어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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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준기

 

KREI논단 | 2016년 11월 28일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왔음에도 생산량 감소는 그에 미치지 못하였고, 최근에는 단수가 540kg 수준까지 증수되면서 오히려 쌀 생산량이 늘어났다. 그 결과, 쌀 산지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급안정 목적의 시장격리조치에 따른 재고관리 부담과 쌀 변동직불금 지급 예산의 농업보조총액(AMS) 한도 초과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쌀 문제가 농정의 핵심 이슈로 등장하였다. 

쌀 공급과잉 현상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으며,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과 대만의 경우를 보더라도 앞으로도 당분간은 쌀 수요는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구조적 공급과잉 현상은 2000년 이후 10년 이상 지속되어 왔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각종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럼에도 쌀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2004년 양정개혁으로 도입된 쌀소득보전직불제 중 특히 목표가격으로 대표되는 변동직불제로 인한 생산유인 효과가 커서라고 주장한다. 특히 목표가격의 국회 동의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로 상향조정되면서 농가의 쌀 생산을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분명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쌀변동직불제만 개편하면 농가의 쌀 생산 유인이 줄어 쌀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되고, 수급안정을 이루게 될 것인가? 쌀을 둘러싸고 있는 정책들, 예를 들면 R&D 정책, 친환경농업육성사업, 사료작물·식량작물 등 곡물자급률 수립 및 달성 노력 등은 체계적 정책조합(Policy Mix)을 갖추어 추진되었는가? 쌀 문제 해소를 위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어떤 협력과 노력을 기울였는가? 

쌀 소비량은 줄고, 고품질 쌀 선호 방향으로 소비행태가 변화하였음에도 쌀 관련 R&D 정책은 여전히 다수확품종의 개발 및 보급 중심(2015년 기준 다수확 품종 비율은 42%)으로 추진되어 왔다. 최근 정부가 다수확품종 쌀은 공공비축미 수매에서 배제한다는 발표를 하였는데 이는 되짚어보면 지금까지 다수확품종 벼를 정책적으로 보급하고 관리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농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친환경농업육성을 강조하여 왔다. 친환경농업 육성은 안전한 농산물 공급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핵심 농정수단 중 하나이다. 친환경농법으로 쌀을 생산할 경우 같은 면적에서 낮은 단수의 생산이 불가피하므로 안전한 쌀 생산은 물론, 생산량 감축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육성정책에서 쌀 관련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곡물자급률이 25%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대표적 곡물수입국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여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곡물자급률 상향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문이다.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하여 2003년에 생산조정제를 실시하였고, 2012년에는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쌀 생산량 감축이라는 일차적 목적에만 머물렀으며, 생산면적 조정으로 파생되는 전작작물의 수급안정 및 소득보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여 중단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생산조정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쌀 수급안정 목표를 넘어서 필요 곡물의 자급률 향상을 위한 종합적·체계적 방안을 수립하여 제시하지 못하면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도,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도 쌀 공급과잉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넉넉지 못한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쌀 소득보전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투입재도 지원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중앙정부와 협의를 통해 지역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품목과 정책 수립 및 추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는 그 나름의 논리가 있다. 쌀 목표가격의 예에서 보듯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여 경제적 논리에서 벗어나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며, 그 결과는 사회경제적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쌀 정책의 경우, 목표가격(정치적 논리)으로 대표되는 소득보전 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행적으로 지속되어 온 다수확품종 위주의 R&D 정책, 친환경농업정책의 소극적 추진, 쌀을 넘어서는 곡물자급률 제고 노력 부족,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체계적 협력 부족 등 정책적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여야만 쌀 수급안정을 위한 합당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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