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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생산조정제, 농가참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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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진
external_image 내일신문 기고 | 2018년 4월 13일
김 종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쌀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5일자 산지 쌀 가격은 80kg 가마당 17만137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지난해 수확기(10~12월) 평균 가격인 153213원 대비 12%가량 올랐다. 


쌀 가격은 보통 수확기에 결정된 수준이 다음해 수확기 전까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는데 올해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쌀값의 고공행진이 올해 수확기에도 지속되어 쌀 농가의 소득증대로 나타나야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쌀 소비량이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올해 수확기 쌀값은 생산량 즉, 벼 재배면적과 작황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벼 작황은 기상변수에 의해 주로 결정되므로, 현 상황에서 벼 재배면적 감축은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농가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은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생산조정제(논에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성과가 매우 미흡할 뿐만 아니라, 벼 재배의향 면적 감소폭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벼 재배면적 못 줄이면 또 가격 폭락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신청기한(4월 20일)이 10일 남짓 남은 상태에서 생산조정제 사업신청 면적은 2만3802ha로 목표(5만ha 감축) 면적의 47.6% 수준에 불과하다. 


벼 재배면적이 충분히 줄어들지 않으면 생산량 과잉으로 올해 수확기 쌀값은 하락할 게 거의 확실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평년 수준의 작황(529kg/10a 가정)을 가정할 경우 생산조정제 목표를 100% 달성해 벼 재배면적이 70만 5000ha로 감소하면 수확기 쌀시장은 수급균형을 이룰 수 있다. 쌀값도 현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생산조정제 목표가 절반(2만5000 ha 감축)만 달성될 경우 시장공급량은 전년 대비 26만톤 증가하여 15만톤의 초과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쌀은 시장에서 조금만 남아도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특성을 보인다. 


15만톤의 쌀이 초과 공급될 경우 수확기 가격의 대폭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17년산과 반대로 수확기 이후에도 가격하락 추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생산조정제 성과부진에 따른 올해 수확기 쌀값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쌀 과잉공급 구조는 2000년대 이후 계속되고 있는 난제로,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수행했다.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지속된 휴경 중심의 쌀 생산조정제, 2011년에서 2013년까지 시행된 타작물 전환 방식의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 등도 포함했다. 


이러한 정책은 일시적인 수급상황의 변화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쌀값 하락 등의 쌀 산업 문제가 현재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다. 


생산조정 실패하면 국민설득 어려워


그러나 올해부터 시행하는 쌀생산조정제는 정책 수행에 필요한 예산도 확보했고, 대통령 공약에도 포함시킬 정도로 정부 의지도 강하다. 


농업계가 이러한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수확기 쌀값 안정에 어려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향후 농업부문 정책을 수립할 때 재정당국과 납세자인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다.


벼 재배면적을 충분히 줄이지 못해 쌀값이 하락할 경우, 예년과 같은 시장 격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수확기 쌀값이 하락할 경우 1차적으로 피해를 보는 곳은 쌀농가다. 


농업인들이 생산조정제에 적극 참여해 농번기에 흘린 땀방울이 시장에서 정당한 소득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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