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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값과 평균값을 통해 본 농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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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두영
농민신문 기고 | 2019년 10월 21일
이 두 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농가마다 농사짓는 품목과 규모가 다양한 만큼 소득과 재산 수준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2018년 평균 농가소득은 4200만원이지만 축산농가와 쌀농가의 평균 농가소득은 각각 7800만원, 3200만원이다. 연령별로도 50대 농가경영주의 평균 농가소득은 6700만원인 반면 70세 이상 고령농의 평균 농가소득은 2900만원 수준이다. 이처럼 농가의 소득과 재산 수준을 평균값(Average)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양한 농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농가의 규모가 다양하고 농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미국에선 평균값과 함께 중앙값(Median)을 통해 농가의 경제수준을 파악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농가의 경제적 현실도 중앙값 개념을 이용해 살펴보고자 한다. 중앙값은 어려운 수학적 개념이 아니다. 단지 숫자를 작은 값부터 큰 값까지 일렬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값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3농가의 소득이 각각 2000만원, 3000만원, 1억원일 때 중앙값은 3000만원이다. 반면 평균값은 1억5000만원(2000만원+3000만원+1억원)의 3분의 1인 5000만원이다. 중앙값인 3000만원은 2000만원과 3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농가의 값과 가깝고, 평균값인 5000만원은 1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농가 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시보다 훨씬 농가수가 많고 소득수준의 차이가 큰 우리 농업 전체에 이를 적용해도 중앙값과 평균값이 의미하는 바는 달라지지 않는다.


농가소득의 평균값과 중앙값간 격차는 예전보다 증가했다. 2018년 평균 농가소득은 4200만원이지만 농가소득 중앙값은 3100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2008년 기준 평균 농가소득이 3100만원이고 중앙값이 2400만원으로 700만원 정도의 차이가 난 것에 비해 그 격차가 증가했다. 농가의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다른 항목도 평균값과 중앙값간 차이가 있다. 2018년 평균 농가자산은 4억9600만원으로 중앙값 3억4600만원보다 1억5000만원가량 크다. 또 지난해 농가부채의 평균값은 3300만원이지만, 중앙값 농가는 부채가 없다.


이러한 결과는 평균값이 우리나라 농가의 경제적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평균 농가소득은 4200만원이지만 전체 농가의 50%는 3100만원 이하의 소득수준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편으로 평균 농가부채는 3300만원이지만, 농가의 절반 이상은 빚에 시달리며 살지 않는다. 이처럼 평균값은 소득수준이 낮고 부채가 적은 고령농가가 다수 존재하는 현실을 보여주기 어렵다.


이를 통해 한국 농가경제도 평균값뿐만 아니라 중앙값이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농가경제의 평균값이 농가 대부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부문에선 평균값뿐만 아니라 중앙값도 고려하기를 기대한다. 우선 농가소득 중앙값을 보다 높이는 포용적 정책과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농가의 부채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부채가 없는 농가도 헤아리는 정책과 지원이 실현돼야 한다. 그리고 농민에게도 소득의 평균값과 중앙값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활발한 영농활동을 기대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농가경제의 불균형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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