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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공익적 기능’ 개념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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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수석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0년 1월 28일
김 수 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농업의 공익적 기능’ 개념에 대한 논의는 2018년초 대한민국 헌법개정안 발의와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전한 개념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재정립 작업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와 관련된 농업가치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규정해야 할 때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다원적 기능이란 개념에서 처음 유래됐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최초 논의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시작됐다. 이는 농산물 수입국 중심으로 농업의 비시장적 기능을 ‘비교역적 관심사항’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비롯됐다.


그러다 UR 협상 타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중심으로 비교역적 관심사항을 농업의 다원적 기능으로 개념화했다. OECD가 정의하는 다원적 기능의 개념은 농업의 결합생산물로 생산되는 재화ㆍ용역 중 일부가 시장에서 평가되지 않는 외부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농업활동을 통해 생산되는 산출물들 중에서 시장기능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받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비시장가치)을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고 개념화한 것이다.


다원적 기능의 개념화와 별도로 자연생태계가 주는 후생을 개념화하는 작업이 2000년대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 하에 이뤄졌다. 이 개념이 생태계서비스다. 2005년 UNEP이 내놓은 ‘새천년 생태계 평가’ 보고서는 생태계서비스를 ‘사람이 누리는 생태계 편익의 공급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생태계서비스와 다원적 기능 개념간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개념간에 연관된 관계를 밝히는 것이 공익적 기능 개념화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개념이다. 영농의 결과물이지만 시장의 상품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후생이 다원적 기능이 된다.


이 개념에서 핵심이 되는 범주는 인간의 농업활동이다. 인간활동과 자연생태계 기능의 결합으로 산출되는 농업활동의 외부효과(비시장가치), 예컨대 농업경관과 농촌사회ㆍ문화 보존, 환경개선 등이 다원적 기능에 해당한다.


반면 생태계서비스는 자연의 생태계 기능을 개념화한 것으로, 자연생태계가 주체가 된다. 생태계서비스에는 인간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부분도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자연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도 포함된다. 이런 점 때문에 생태계서비스에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포함되는 부분과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정확하게는 경제활동에 속하지 않는 생태계서비스 중에서도 농업의 원초적 지지 기반이 되는 부분과 농업과 무관한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그에 따라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의 연관관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같은 개별 개념들의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농업의 공익적 기능 개념을 종합적으로 정립해볼 수 있다. 먼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농업이 사회경제적 후생으로 산출하는 총가치(농업가치) 중에서 시장에서 실현되는 가치(시장가치)를 제외한 나머지(비시장가치)로 정의할 수 있다. 이 공익적 기능은 인간의 경제활동과 연관된 다원적 기능 및 생태계서비스뿐 아니라, 비록 경제활동에는 속하지 않지만 농업활동의 기반을 지지해주는 생태계 기능까지 포함하는 것이 적절하다. 농업활동에 대한 온전한 평가에는 사람들이 영농활동을 하는 생산과정뿐만 아니라 그 전에 자연생태계 활동으로 이뤄진 재생산과정까지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개념화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지향점은 일차적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익적 기능의 의미와 공익적 가치의 평가를 통해 농업의 역할ㆍ기능이 다양하고 농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개념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시장에서 교환가치로 평가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인정과 평가가 이를 제대로 보존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원리로 이어지고, 그것이 지속가능한 농업 실천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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