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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포레스트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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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구자춘
월간산림 기고 | 2020년 12월호
구 자 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20년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우리는 ‘코로나 19’라는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큰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증상을 겪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몰라 더 답답하다. 정부는 지난 7월 14일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를 기반으로 하여 코로나 19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겠다는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산림청은 정부 발표 2주 후인 7월 28일 학계, 임업인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한국판 뉴딜의 산림 및 임업 버전인 ‘K-포레스트’를 발 빠르게 발표했다. 그동안 산림청이 추진해온 주요 정책이라는 ‘콘텐츠’가 ‘한국판 뉴딜’이라는 새로운 ‘컨테이너’ 속에 적절히 녹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K-포레스트의 본격 추진을 앞둔 현시점에서 ‘뉴딜’의 본래 의미를 살리고, 한국판 뉴딜에 산림과 임업 부문이 좀 더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판 뉴딜의 핵심 키워드인 디지털(digital), 그린(green), 포용사회(inclusive society)로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콘텐츠를 ‘엄선’하고 ‘재배열’하여 산림에 특화된 스토리 몇 개를 완결해 제시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포레스트(Digital Forest)

한국판 뉴딜의 디지털 분야에는 2개의 산림 부문 과제가 포함되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지능형 산림재해시스템 구축’이 그것이다. ‘디지털’ 부문의 핵심 키워드는 ‘선도형 경제’다. 디지털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경제가 한발, 아니 그 이상을 디딜 수 있는 수단이어야 한다. 즉 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지능형 산림재해 시스템’ 구축은 꼭 필요한 사업이긴 하지만 선도형 경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초점에 맞출 필요가 있다. 한계비용 제로 기술을 활용하여 유통 물량이 낮아 고민이었던 임산물의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이야기, 이를 위한 빅데이터 구축 및 시스템 운용을 위해 ‘전에 없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이야기, 그 일자리에 창의력 넘치는 청년을 활용하겠다는 이야기로 엮어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빅데이터 기반 임산물 스마트 유통체계’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를 진행하며 생산에서 소비까지, 즉 수집, 중계, 분산 단계에 따른 모든 데이터의 구비 상태를 하나하나 들여다본 결과, 농업보다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주요 품목을 제외하고 데이터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임산물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운영에 상당한 인력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빅데이터 활용과 비대면 경제 추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규제 완화’다. 전자는 개인정보보호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후자는 법률 등 기존 제도가 대면 경제에 맞게 설계되어 적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과 비대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반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겠다는 제안을 일자리 이야기 다음에 붙여 제시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그린 포레스트(Green Forest)

그린이야말로 산림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다. 아니 그 자체다. 한국판 뉴딜의 그린 부문에는 3개의 산림 과제가 포함되었다. ‘미세먼지 차단숲’, ‘생활밀착형 숲’, ‘자녀안심 그린숲’이 그것이다. 모두 꼭 필요한 과제이지만 그린 뉴딜의 핵심 키워드인 ‘저탄소 경제’와 ‘생태계 건강성 회복’ 측면에서의 환기가 필요하다.


저탄소 경제를 실현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지금보다 덜 소비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너도나도 편하게 재화를 소비해서는 절대로 달성할 수 없다. 경제와 사회 전반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둘째는 탄소 소비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거나 사용하더라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여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부문에 지역 내 산림바이오매스 활용을 더 늘리겠다는 과제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산림은 훌륭한 카드가 하나 더 있다. 토지 이용 중 유일한 탄소흡수원이기 때문이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산림 부문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양은 2210만 이산화탄소톤으로, 전체 감축목표(3억1500만 이산화탄소톤)의 약 7%에 달한다. 미경영 산림 250만㏊를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경영해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큰 규모의 새로운 딜(deal)이 필요하다. 산림 경영에 무관심한 사유림 소유자의 집약적 참여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산림청이 도입을 준비하는 육림업자에 대한 임업직불제가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 연설에서 탄소 중립 달성 시기를 2050년으로 못 박았다. 감축의 시계가 더 빨라진 만큼, 이를 모멘텀으로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 증진을 위한 투자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에 물고기가 돌아왔다는 뉴스가 사진과 함께 보도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생태계 건강성 회복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역설적으로 깨닫게 됐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인간의 이동을 억제한 결과로 생태계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언제일지 모르나 코로나19는 종식될 것이다. 억제된 이동과 소비의 고삐가 풀렸을 때, 생태계 건강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악화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질지 모른다. 우리는 생태계가 불안정할수록 인수 공통 감염병이 발생하고 또 확산한다는 사실을 여러 과학 증거들에서 확인한 바 있다. 미리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생태계 건강성 유지 수단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호지역으로 묶어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산림보호구역의 유지 및 확대를 위해 산림 소유자에 대한 생태계서비스 지불제와 임업직불제를 활용하겠다는 과제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인클루시브 포레스트(Inclusive Forest)

사회안전망 강화 부문의 핵심 키워드는 ‘포용 사회’이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뉴노멀이라는 제약조건 아래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과감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람 간 불평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산물 생산업은 다른 1차 산업에 비해 뉴노멀 지속에 따른 소비 침체의 영향을 더 받을 것이다. 농산물보다 계절성이 크고 필수재적인 성격이 약하기 때문이다. 임산물 재배업자, 즉 임업인의 소득 안전망을 직불제와 세제 개편 등으로 확보하겠다는 과제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희망차게 언급한 디지털 뉴딜의 어두운 부분도 있다. 인공지능이 정신노동을 대체하면서 대량의 실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들을 산림에서 품는 공공일자리 제공 사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이듬해부터 2002년까지 연평균 1만 3000명에게 숲가꾸기 일자리를 제공한 값진 경험이 있다.


코로나19로 심신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특히 정신 건강이 우려된다. 올해 발표된 몇몇 의학 분야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는 올해 8월, 코로나19로 소아와 청소년 정신질환 환자의 65%에서 증상이 악화하였다고 밝혔다. 숲은 이를 완화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립산림치유원이 경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실행한 결과, 우울감은 감소하고 삶의 질은 향상되었으며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의 치유 공간으로 산림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또 활용하겠다는 과제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K-포레스트 내실화를 위해

지금까지 디지털, 그린, 포용사회 부문에서 산림을 더 잘 활용할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였다. 이를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콘텐츠란 명사 사이에 조사를 추가해 완결된 문장, 즉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각 부처가 한국판 뉴딜이라고 앞다투어 제안한 이야기 중에서 도드라지게 하자는 것이다. 일반 국민이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으로 K-포레스트를 떠올리도록 말이다. 다른 하나는 콘텐츠를 위치에 맞게 쓰자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산림 과제 중 ‘지능형 산림재해시스템 구축’은 그린 포레스트(Green forest)에, ‘미세먼지 차단숲’, ‘생활밀착형 숲’, ‘자녀안심 그린숲’은 인클루시브 포레스트(Inclusive forest)에 더 적합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디지털, 그린, 포용사회를 차례로 짚으면서 산림의 높은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모쪼록 필자의 제안이 K-포레스트 내실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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