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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해 국산 목재 이용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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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민경택

산림 1월호 기고 | 2021년 1월 1일
민 경 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국산 목재 이용의 의의

지구온난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탄소배출량 저감은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국제사회는 파리기후변화협약(2015년)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나아가 온도 상승폭을 1.5℃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로서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 2020년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도 탄소중립을 공약하는 등 탄소중립은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부각하였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화석연료와 콘크리트 등 비재생자원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러한 성장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고 이의 극복을 요구하는 지구적 압력에 부딪혔다. 정부도 그린뉴딜을 추진하여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친환경 경제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태양광 발전을 늘리는 등 에너지 믹스를 전환하여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임업과 목재이용 확대 등 오히려 쉬운 접근법에는 소홀한 것 같아 유감스럽다.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임업과 목재이용 확대는 핵심과제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자연생태계와 조화하는 것이 전제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나 철, 알루미늄, 콘크리트는 아무리 자원순환하여 재활용하여도 비재생자원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넘을 수 없다. 목재는 이러한 물질들의 기능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으면서 가공·제조에 훨씬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배출량도 적다. 목재를 연소하여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으며 폐기물도 매우 적다. 무엇보다 적절히 관리하면 영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생자원이다.


목재 제품 이용은 기후변화 대응에도 중요하다. 숲은 대기의 탄소를 흡수하면서 생장하기 때문에 탄소흡수원이라 한다. 산림 분야 탄소상쇄사업에는 신규 조림·재조림, 산림경영, 목재 제품 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이용 등이 있다. 그러나 산림녹화가 완성된 우리나라에서 신규 조림·재조림 대상지는 매우 적다. 또 산림경영으로 탄소흡수량을 늘릴 수는 있지만 그 양은 미미하다. 숲의 생장에는 한계가 있고 탄소흡수량도 점차 감소한다. 임목을 베면 탄소배출로 간주되므로 산림의 장기 탄소흡수량은 한계에 부딪힌다. 이때 수확한 임목을 목재 제품으로 사용하면 숲이 흡수한 탄소를 사회에 저장한다. 또 나무(산림바이오매스)를 에너지로 사용하면 화석연료를 대체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탄소는 배출로 계산하지 않는다. 이처럼 목재 이용은 숲의 탄소흡수원 기능을 유지하고 사회의 탄소저장을 늘리고 탄소배출이 많은 재료를 대체하여 저탄소 사회 구축에 기여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국산 목재’여야 한다는 것과 ‘긴 수명’을 가진 목재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가이드라인의 수확 후 목재 제품(Harvested Wood Products) 탄소저장변화량 계정은 자국 산림에서 생산한 목재 제품을 자국에서 소비하여 탄소배출을 지연한 저장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또 종이와 같은 제품은 빨리 분해되므로 그만큼 탄소저장 효과도 적다. 하지만 국산 목재를 제재목으로 가공하여 목조주택 등 내구성 있는 제품에 사용하면 탄소를 오래 저장할 수 있다. 이처럼 국산 목재 제품 이용을 늘리는 것이 탄소중립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국산 목재 소비 현황

우리나라는 풍부한 산림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목재 이용은 여전히 미흡하다. 2019년 전체 목재 소비량은 2767만㎥이지만 목재자급률은 16.7%에 불과하다. 그동안 목재공업은 외국 원목을 수입·가공·수출하여 성장하였지만, 점차 원목 수입도 줄고 수입 목재 제품과 경쟁하는 상황에 처하였다. 국산 원목은 주로 보드류와 펄프 생산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이는 대부분 파쇄하여 사용하고 탄소배출 반감기도 짧다. 또한 임목가격이 낮기 때문에 산주에게 돌아가는 소득도 적고 산림 투자의 유인도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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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용으로 공급되는 원목의 양은 많지 않은데, 이는 국내 산림자원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목재의 탄소저장 기능을 높이고 순환형 임업을 실현하려면 원목의 제재목 가공이 많아야 하는데 일반 제재업의 국산 원목 이용률은 16.4%(2017년)이다. 또 국산 목재 제품은 토목공사용 저가 제품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런 제품은 최종 소비자들이 직접 접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값이 싸고 오래 사용하지 못한다. 국산 목재를 고부가 목재 제품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임업과 목재산업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외국의 국산 목재 이용촉진제도

선진국에서는 목재 이용을 탄소중립의 핵심과제로 삼는다. 콘크리트나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것보다 높은 비용이 들지만 탄소배출 감축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2009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건축에서 목재 소비를 10배 증진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산림자원과 목재 사용에서 발생하는 탄소편익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마크롱 정부는 정부 건물을 신축할 때 목재자재 50% 의무사용 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2009년 ‘목재우선법(Wood First Act)’을 제정했는데, 이 법은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건축물에 목재를 주요 자재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치는 친환경 건축을 장려하면서 임업과 산촌사회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일본은 2010년 ‘공공건물에서 목재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공공건물 목조화 또는 내장의 목질화를 장려하여 목재산업과 임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방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지자체 청사를 목조로 하고 목재펠릿(또는 목재칩) 보일러로 난방하는 사례를 다수 볼 수 있다. 또 정부와 업계가 협력하여 산림인증 목재 또는 국산 목재 소비 촉진 활동을 전개하는데, 목재교육(木育) 활동과 국산 목재 마크 등을 활용한다. 생활에서 목재 이용을 확대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의 핵심요소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의 3.9% 감축을 산림에서 담당하기로 하면서 국산 목재 사용 운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이처럼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공공부문이 솔선하여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 겉으로 ‘국산 목재’라고 명시하지는 않지만 실제 국산 목재 소비 장려를 목적으로 한다.


국산 목재 이용 확대 방안

우리나라에서 국산 목재 이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공공부문이 국산 목재 소비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현재의 여건에서 민간이 국산 목재 소비를 주도하는 것은 어렵다. 공공부문이 저층 공공건물과 학교, 체육시설 등을 신축할 때 국산 목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거나 내장에 국산 목재를 이용하도록 하자. 적층목재(CLT)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층 목조건물도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목조건축 기술이 축적되고 임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 임업의 성장은 산림관리와 농산촌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산림바이오매스의 에너지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 제재 용재로 사용하기 어려운 활엽수림 등을 지역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면 순환형 임업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다. 산림청의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산림바이오매스는 에너지 효율의 관점에서 발전보다 열공급이 더 바람직하다. 유럽에서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열공급 비중이 더 많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믹스 전환에 초점을 두는데, 기후변화 대응의 차원에서 산림바이오매스의 열공급에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목재 소비 캠페인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이 생태맹(Ecological illiteracy)이 되지 않도록 숲의 아름다움, 숲과 인간의 관계 등을 가르쳐야 하는데, 나무교육은 그 출발이다. 어릴 때부터 목재에 친밀감을 갖도록 어린이집과 학교의 장난감을 국산 목재로 만들어 공급하자. 목시율(木視率)이라는 말이 있는데, 눈에 나무가 보이는 비율이 40%를 넘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본에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지역산 목재로 만든 장난감을 출산 선물로 지급하는 지자체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아이와 부모 모두 숲을 생각하고 친밀감을 갖는 계기가 된다.


넷째, 임업과 목재산업 효율화에 투자해야 한다. 숲이 흡수한 탄소를 사회에 저장하려면 임목을 수확하고 제품으로 가공하는 생산기반을 정비해야 한다. 목재 제품의 생산·가공 비용을 낮추기 위해 산림경영 인프라와 목재가공 시설 현대화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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