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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탄소중립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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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임영아

농민신문 기고 | 2021년 4월 5일
임 영 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해 12월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모든 산업에서 ‘탄소중립’이 화두가 됐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 및 제거량을 맞춰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단순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를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중국·일본 모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자가 당선되면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강조됐지만 탄소중립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도 강구되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내 농업정책은 농축산물 생산활동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온실가스를 절감할 수 있는 영농법에 집중하고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절감 시설을 설치해 화석연료 사용을 절감하는 식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완화는 농축산물 생산뿐 아니라 가공·유통·소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사안이다. 예를 들어, 2018년 EU 의회가 발표한 ‘탄소중립 경제를 위한 장기전략’에는 2030년까지 1인당 음식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1인당 동물성 칼로리 소비를 최대 40% 줄이는 것을 농업부문의 감축 노력으로 담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 농업부문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서 적어도 두가지 합의가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먼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저탄소 식단의 우선 소비에 관한 것이다. 음식물류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이동거리가 짧은 로컬푸드 및 국산품을 선호하는 것, 저탄소 영농법으로 재배한 농축산물과 포장재를 줄이거나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 식품을 우선 소비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가축사육은 분뇨로 인한 환경오염, 장내발효 및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 다양한 환경문제와 관련돼 있어 환경친화적 사육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가축 사육마릿수와 소비량을 조절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탄소중립 실현이 농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때 국민이 이에 상응하는 지불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데, 이에 관한 협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기술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한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은 농가의 경영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가축 사육마릿수 조절의 경우에도 국내외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사육마릿수를 줄이게 되면 외국산과 국내산 축산물 가격이 모두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탄소중립에 이르기 위해선 적어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거나 배출량에 상응하는 흡수와 제거가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농업부문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화석연료 사용량을 제로로 만드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농업용 면세유와 전기요금 특혜는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러한 에너지 전환이 농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때 어떻게 대응할지, 혹은 농축산물 가격안정 정책과 탄소중립 정책을 어떻게 병행할지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의 당위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순히 국제사회에 내세우기 위한 실적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향후 기후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생산자로서 농업인과 소비자로서 국민의 지혜가 모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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