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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부족’ 올해도 지켜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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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영훈
한겨레 기고 | 2021년 4월 7일
김 영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최근 제8차 당대회를 전후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성과가 부진했다고 여러 번 인정했다. 이를 기초로 올해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경제전략은 신중히 계획해 추진할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농업 실패에 대한 반성은 한층 더 깊이 들어갔다. 실적과 계획이 “허풍”이라며 인정사정없이 질타했을 정도다.


이러한 북한의 반성을 비틀어 해석할 수도 있다. 경제와 농업에서 쌓인 문제가 폭발적으로 분출하기 전에 당사자가 미리 나서 김을 빼는 정치공학적 행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요점은 북한이 농업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자인했다는 점이다. 외부자가 보기에도 북한의 농업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1990년대 경제위기 이래 지금까지 북한은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잘 알려져 있다. 부족한 투입재, 황폐화된 산림, 미흡한 농업기반 등으로 인해 국내 생산은 잠재력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외화가 부족해 모자라는 식량을 충분히 사들일 수도 없다. 협동농장의 집단 경영으로 농민의 근로의욕도 속 시원히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북한의 식량부족은 온통 경제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그것은 북한 체제의 변화뿐 아니라 광범위한 대외 경제교류와도 관계가 있으며, 조금 더 들어가면 장차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해결해 나갈 중장기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2021년 올해의 북한 식량 수급과 식량 생산이다.


올해 북한의 식량 공급에 기초가 될 작년의 식량 생산량과 최근 몇달간의 도입량은 함께 감소했다. 가용 식량이 어느 때보다 더 부족할 것이라는 신호는 북한 시장에서 곡물 가격 상승 현상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쌀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작년 말 옥수수 가격은 전년 동기에 비해 이례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올해 남은 기간 식량부족이 심화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통의 북한 주민들은 지금까지와 같이 어떻게든 견뎌 나가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영유아, 임산부, 환자, 노인 등 취약계층 인구에게 닥칠 엄혹한 시간은 어찌할 것인가.


2021년 북한의 식량 생산 여건은 더 암울하다. 2016년 이래 강화된 대북제재의 부정적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 봉쇄는 농업생산에 소요되는 모든 투입요소의 도입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 화학비료의 수입 감소는 특히 우려된다. 2018년 26만톤에 달하던 대중 화학비료 수입량이 2020년에는 1만9000여톤으로 격감했다. 올해 초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비료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연간 비료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봄철에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현재 비료공급 감소는 북한의 올해 농사에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오래전부터 유기농업을 강조하고 있어 화학비료 사용 감소가 자연스럽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양성분의 비중이 낮은 유기질 비료가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 화강암을 모암으로 한 척박한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 땅에서는 화학비료의 도움 없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북한의 식량공급 부족은 이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의 식량생산 부족과 내년에 거듭될 식량공급 부족도 현시점에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또 겪어야 할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기다리고 언제까지 화만 내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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