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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분야 탄소중립, 사회적 합의가 선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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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내일신문 기고 | 2021년 5월 12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폭염, 폭설, 태풍, 산불과 같은 이상기후가 늘어나면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9년에 실시한 '국민환경의식조사'에 의하면 대다수 국민이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하다고 응답(91.4%)했으며,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이미 받고 있거나 10년 이내에 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높은(81.9%)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인식은 국제 사회에서도 두드러진다. 2019년에 개최된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의 핵심 의제는 '행동해야 할 시간(Time for Action)'이었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탄소중립(net-zero) 목표가 선언됐다. 스웨덴 영국 프랑스 덴마크에서는 탄소중립을 법제화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에너지 이용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 이용에서의 탄소중립은 현재 사용하는 화석연료 전량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달성할 수 있다. 농업도 이러한 지속가능한 전환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녹색산업'인 농업 분야에서 탄소중립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농업 생산활동에서의 탄소중립은 엄밀하게는 말하면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생존을 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저탄소 영농법을 실행하더라도 동식물 생육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전량 없애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저탄소 영농법의 개발과 현장 적용이 매우 중요하다. 저탄소 영농법은 최소한의 투입재를 사용하는 정밀농업이 될 수도 있고, 메탄 발생을 줄이는 논의 물관리 방법이나 소의 트림을 줄이기 위한 저메탄 사료의 개발과 사용, 농업부산물과 가축분뇨 에너지화를 통한 화석연료 사용 저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국토 면적의 약 15%를 차지하는 농경지는 토지이용 방법에 따라서 토양탄소저장 능력을 확대해 탄소흡수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인의 저탄소 영농 전환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농업 분야 탄소중립은 단순하게 농업계 내부에서만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 농축산물 생산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농업 생산성, 필수영양 공급, 농가소득, 시장가격과의 상관관계를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무조건 줄이는 전략은 농업 생산성 및 농가소득을 하락시키고, 소비자 물가를 높이며,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속가능한 저탄소 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농업 생산성을 고려한 정밀한 영농기술의 개발 및 보급, 저탄소 영농법을 실천하는 농가의 경영 안정성 확보뿐만 아니라, 저탄소 영농법으로 생산한 식품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사회시스템이 동시에 구축되어야 한다.


농업 분야 탄소중립은 대다수 국민이 '녹색산업'으로서 농업의 역할을 이해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국내 농업은 식량안보 확보, 농촌지역 유지, 환경보전 영농을 통한 천연자원 관리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저탄소 영농의 확산 및 농경지 탄소흡수 능력 확대 또한 천연자원 관리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특히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값싼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에 초점을 맞춘 현재 농업 생산구조를 저탄소 농업 생산구조로 바꾸는 것에 관한 사회적 대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이것은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전기생산에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기술과 비용적으로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이다. 국민들이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할 때 탄소중립은 실현될 수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국가 목표에서 농업도 예외일 수 없다. 에너지 전환과 저탄소 영농법에 관한 연구개발, 온실가스 감축 기술 보급에 필요한 규제와 지원정책의 조화, 저탄소 역행 정책에 관한 전면 검토와 수정, 농업인의 인식 제고와 저탄소 영농법 보급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그러나 농업 분야 탄소중립을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먹거리 생산, 쾌적한 농촌 공간 유지, 탄소흡수 기능과 같은 농업의 공익기능에 관한 고려가 함께 이루어질 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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