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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의 중심은 농산물 수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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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성우

농수축산문 기고 | 2021년 9월 8일
김 성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매년 농산물 수급이 이슈다. 올해도 어김없이 기상에 따라 예측한 생산량보다 더 많이 혹은 적게 수확됐다. 더불어 곡물 수출국의 재고량 감소로 가격이 높아져 사료가격을 중심으로 가격이 뛰었고,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으로 계란 가격도 크게 높다.


1980년대 중반 김장배추와 고추 수급 파동이 발생됐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을 활용해 산지 가격에 김장배추를 매취해 소비자에게 시중 가격의 70% 수준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대부분 수집상이 유통을 주도하고 있어 정책 효과가 미미해 정부의 근본적인 수급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990년 4월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에서 농업관측과 관련한 규정을 법제화하면서 정부의 수급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체결로 우리나라의 농산물 공급은 국내산 생산량만이 아닌 수입 물량까지 고려해야 했고, 관세 이상으로 가격이 높아지면 민간 수입이 늘어나 국내 농산물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산업이 붕괴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수입은 늘 우리나라 농산물 수급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산물 수급정책은 공공의 영역이다. 농산물 수급안정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이나 소비자, 국민 모두에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이 높거나 낮은 것을 농업인이나 소비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가격이 높거나 낮으면 다음해에 어김없이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산물 수급정책은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책이다.


그러므로 농산물 수급정책은 농정의 중심이어야 한다. 품목 산업 발전을 위한 생산자조직 육성과 산지유통을 개선하고 도매유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이유는 수급 안정 때문이어야 한다.    


가공과 식품 소재산업 육성, 직거래·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먹거리 정책의 기본을 수급 안정에 맞춰야 한다. 수급안정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산 과잉으로 인한 폐기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며, 탄소 배출도 감소시키는 등의 고도화된 공익적 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정의 중심은 수급이어야 한다. 


현재 개별 품목 중심의 수급정책에서 주요 품목의 수급을 통합관리 운영하는 정책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개별 품목의 정책은 수급 안정대를 기준으로 과부족 분을 도출해서 맞추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수급 안정에 필요한 생산기반을 정비하고 수요자 요구에 맞는 가공·제품 개발을 지원하며, 유통 경로의 막힌 곳을 뚫어줘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음식은 배추만, 고춧가루만, 마늘만 먹는 음식은 없다. 한식, 중식, 분식 등에 모든 식재료가 어우러지기 때문에 중요하고 필요하다. 따라서 개별 품목의 가격보다 국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요 품목을 선정하고 지수화해 수급을 통합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명절이나 김장철뿐만아니라 연중 관리를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기상에 따라 풍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 파종과 정식 이전의 사전적 수급관리, 수확 이전의 선제적 수급관리, 출하시기의 사후적 수급관리가 필요하다. 사전적 수급관리를 위해서는 면적 신고제, 생산조정제가, 선제적 수급관리를 위해서는 정확한 관측 정보가 필요하다.


사후적 수급관리를 위해서는 시장 상황을 파악해 가격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게, 더 이상 높아지지 않게 다음 작기까지 유지 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한 번 치솟은 농산물 가격은 부족 분만큼 수입되더라도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수입산 1kg이 국내산 1kg으로 완전 대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업인은 소비자가 원하는 맛과 크기, 품질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입해야 한다.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의 상생, 농산물 수급안정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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