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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안정의 전제 조건, 계절진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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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인

농민신문 기고 | 2021년 10월 6일
김 종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


통계청은 매 순기에 산지 쌀값을 조사해서 발표한다. 이때 조사하는 산지 쌀값은 유통량이 일정 규모 이상인 미곡종합처리장(RPC)이나 임도정공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대상으로 한다. 일종의 도매가격이다. 열흘 간격(5·15·25일)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산지 쌀값을 일년에 약 36번 정도 발표하는 셈이다.


이 중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발표치를 뽑으라면 단연 ‘10월5일자’ 가격일 것이다. 이날부터는 그해 생산된 신곡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10월5일자 가격을 보면 그해 쌀값이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 대략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10월5일자 산지 쌀값은 농가뿐 아니라 쌀 유통업체들에도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10월5일자 가격 못지않게 ‘9월25일자’ 가격을 조사한 발표치를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9월25일자 가격은 구곡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조사치인데, 이 가격이 발표되면 그해 쌀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됐는지를 대략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9월25일자 가격 조사치가 발표되면서 단경기(7∼9월) 평균 가격이 결정된다. 최근 9월25일자 가격이 발표됐는데, 이를 토대로 산출한 올해 단경기 평균 가격은 20㎏ 기준 5만5236원이었다.


이 단경기 평균 가격이 지난해 수확기(10∼12월) 평균 가격보다 낮지 않다면 그해 쌀시장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운영됐다고 봐도 큰 문제는 없다. 지난해 수확기 평균 가격은 20㎏ 기준 5만4121원으로, 올해 단경기 평균 가격이 2% 정도 높은 수준이니 일단 올해 쌀시장은 대체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 두 가격을 비교해서 쌀시장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일까? 수확기에는 쌀 출하와 판매가 집중돼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데 반해 신곡이 나오기 직전인 단경기에는 재고가 부족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그래야만 쌀 유통업체들이 쌀을 수확기 때 모두 판매하지 않고 일정 물량은 재고로 보유했다가 판매할 유인이 생긴다.


다시 말해 최소한 수확기 가격보다 단경기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야 쌀 유통업체들이 쌀을 보관해 판매할 인센티브가 생긴다.


만약 대다수 쌀 유통업체가 단경기에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보유한 쌀을 수확기에, 가급적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판매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출하시기가 몰리는 홍수출하 현상이 발생해 쌀값은 적정 수준보다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러한 홍수출하 현상이 지속됐고 쌀값은 20㎏당 3만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물론 이와는 정반대로 단경기에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이 경우에는 대다수 유통업체가 쌀 재고를 최대한 오래 보유했다가 판매하려 할 것이므로 쌀값이 적정 수준보다 크게 상승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수확기 가격 대비 단경기 가격의 등락 수준을 전문용어로는 ‘계절진폭’이라고 표현한다. 적정한 수준의 계절진폭이 발생해야 유통업체를 포함한 쌀시장 참여자들이 적정 수준의 이익을 얻는 윈윈(Win-Win) 상태가 이뤄질 수 있다.


쌀시장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계절진폭이 발생할 수 있도록 정부를 포함한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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