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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보이지 않는 큰손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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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1년 8월 20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마늘 한 품목의 산지유통과 도매유통 체계를 집중적으로 다룬 보고서를 냈다. 수개월 동안의 현장조사와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전국의 마늘 주산지, 농협, 산지 공판장, 깐마늘 가공공장, 도매시장 등을 두루 섭렵했다.


마늘은 농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배추·무·고추·양파와 함께 정부의 5대 수급조절 품목으로 농가의 중요한 소득작물이기도 하다. 소비자에게는 없어선 안될 양념소스이자 부식재료다. 국산 마늘의 안정적이고 충분한 공급은 그만큼 중요하다.


생산농민과 소비자에게 그토록 중요한 농산물인 마늘은 유통구조가 모든 농산물 중에서 가장 복잡하다. 마늘은 난지형 마늘과 한지형 마늘로 분류돼 생산지역이 다르며 식재료로서 소비 용도도 다르다. 난지형 마늘은 다시 대서종과 남도종으로 구분되는데 이 역시 재배지역이 각기 다르다. 또한 줄기까지 달린 채 거래되는 주대마늘과 깐마늘 원료용으로 거래되는 통마늘 형태의 피마늘이 있다. 가공공장에서 마늘을 탈피한 깐마늘과 다진마늘도 있다. 각기 용도가 다르고, 이를 거래하는 시장도 다르다.


또한 마늘은 수확 전에 농협과 계약재배되거나 상인들과 밭떼기가 이뤄지고, 수확 후에는 주요 산지 공판장에서 피마늘로 거래된다. 도매시장에서는 수확 후 주대마늘과 피마늘이 거래되고 가공공장에서 출하한 깐마늘이 연중 거래된다. 마늘 형태에 따라 거래 시장이 다르고 가격결정 방식이 제각각이다.


특히 수확기 피마늘은 산지 공판장이 산지 거래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격결정 지점이며, 이 시장의 구매자인 중도매인 대부분이 깐마늘 가공업체다. 또한 가락시장·강서시장·구리시장을 비롯한 소비지 주요 도매시장에서는 깐마늘 가공업체가 출하자이고 비상장 마늘 중도매인이 주요 구매자로서 수의거래(상대거래)를 하는 폐쇄적인 거래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깐마늘업체(마늘가공협회)와 도매시장 대상들이 마늘가격 형성에 관여도와 주도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마늘의 산지 가공업체들과 도매시장 중도매인 대상들이 전체 마늘 수급과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생산농가의 소득과 소비자들의 구매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농산물의 시장 가격 형성에 일부 산지와 소비지 도매시장의 큰손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마늘만의 현상도 아니다. 배추·무·양파·대파·쪽파·당근·양배추·양상추 등 대부분의 노지채소 품목에서 오랫동안 산지 유통인들과 도매시장의 일부 대상들이 시장에 출하해 거래되는 물량 조절뿐 아니라 경매 등 시장가격 결정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컨대 배추·무의 경우 산지 유통인 대상들이 제주도를 비롯해 강원 평창 대관령 고랭지 배추까지 봄·여름·가을·겨울 배추 산지를 돌며 연중 밭떼기로 농가 생산량의 80∼90%를 매입한다. 이후 이를 전국 도매시장에 분산 출하하면서 도매시장 경매가격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다보니 도매시장 등의 경매가격이 예상과 다르게 등락하고 변동 추세가 예상을 벗어나는 등 수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이 번번이 발생한다. 이는 다른 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바라건대 정부는 단순한 수급자료만으로 농산물 시장가격을 조정하고 안정화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품목별로 산지 시장과 소비지 도매시장에 대한 시장구조와 유통인, 특히 보이지 않는 큰손들에 대한 자료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실제 유통구조를 면밀히 파악해 수급 및 가격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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