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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보전·취약층 먹거리 지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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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황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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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기고 | 2022년 1월 21일
황 윤 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급격한 경제발전과 산업화, 과학기술 발달은 우리 사회에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다. 시장과 마트에 먹을 것이 넘쳐나지만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양의 음식이 버려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너무 풍요로워서 먹거리가 낭비되는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먹거리조차 섭취하지 못하는 빈곤층이 있다.


최근 먹거리문제는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빈곤층은 충분한 먹거리에 접근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영양가 높은 양질 먹거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저렴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위주 식사 탓에 빈곤층 비만율은 높고, 상당수 성인과 청소년은 영양 과다·불균형으로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


더구나 급속한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등 인구사회적 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사회적 위기, 글로벌 공급망 악화 등으로 먹거리문제는 전에 없이 심각해지고 있다. 식량위기라는 말도 자주 회자된다.


개인 범주를 벗어난 먹거리문제가 국가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정부 역할 확대가 필요해졌다. 포용·안정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에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먹거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먹거리 보장’ 개념은 앞으로도 먹거리정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


국민 먹거리 보장을 위해서는 우선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주기적인 국제곡물 수급 불안과 국내 생산 변동에다 코로나19로 식량위기 발생 우려마저 커지면서 식량안보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국가 식량안보 역량을 보여주는 기본 지표인 식량자급률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완전 자급이 가능한 쌀을 제외하면 밀·옥수수·콩 자급률(사료용 제외)은 2020년 기준 각각 0.8%·3.6%·30.4%에 불과하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농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현재 식량자급률 수준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감안해 적정 농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농지에 대한 국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량농지 보전, 농지정보 체계 관리 효율성 제고를 위한 통합 관리, 농지 임대차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지역 푸드플랜도 식량 생산기반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정책이다. 지역 내 생산과 소비를 연계해 농업·농촌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역 푸드플랜은 학교·공공급식·직매장 등을 통해 양질 친환경 로컬푸드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지역민이 충분한 먹거리를 섭취하도록 한다. 또 종전엔 지역 먹거리시장에서 소외되던 영세·중소농에게 먹거리 경제활동 참여 기회도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지역 푸드플랜은 공정·포용 가치를 실현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 먹거리 정책 기조와는 반대로 ‘학교급식의 로컬푸드 우선구매가 차별적’이라는 내용의 연구용역을 발표하는 등 파열음도 나온다.


지역 푸드플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국가 먹거리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일관되게 실현할 수 있도록 지역 푸드플랜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관계부처 인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학교·공공급식·직매장 등 사업 범위와 품목을 확대하고, 특히 공공·민간 참여를 독려해 지역 푸드플랜을 활성화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지원 정책도 중요하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 다양한 복지·지원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식품비 지원 등 기존 현금성 지원으로는 최근 복잡한 먹거리문제를 해결하기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부터 취약계층의 영양·건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바우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등 ‘3대 먹거리 지원사업’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추진 초기단계로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데 그쳤다. 효과가 한정적이며 정책 추진 안정성도 보장돼 있지 않다. 이들 사업은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한푼도 반영되지 않다가 국회 단계에서 예산 319억원이 추가로 편성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들 사업을 본사업화해 정책 추진 안정성과 효과를 확대해야 한다. 또 생애주기나 소비환경 등 수혜자 계층별 특성을 고려한 제도의 구체화·정교화도 필요하다. 먹거리 지원사업과 친환경·로컬푸드 연계를 확대하면 지역 푸드플랜 정책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식량계획은 기존 먹거리정책 계획과 달리 식량안보 강화, 지속가능한 생산·소비, 국민 먹거리 접근성 보장 중시, 관련 부처와 시민사회간 연계·협력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을 실질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추진 체계는 미흡한 상태다. 국가식량계획 비전과 전략에 대한 관련 부처의 이해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 정부·지방자치단체·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연계·협력할 수 있는 체계적 기틀도 마련해야 한다. 정책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식량계획 수립·추진을 정규화하는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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