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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 활용 다양화가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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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인

농민신문 기고 | 2022년 11월 21일
김 종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수확기부터 이어져온 쌀값 하락 추세가 올해 수확기 들어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급’ 물량인 45만t을 시장에서 격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유사시를 대비해 매해 비축하는 공공비축 물량도 10만t 늘린 것이 쌀값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쌀값이 지난해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지만, 9월말 20㎏ 기준 4만원을 위협받던 때와 비교하면 4만원 중후반의 현재 시세는 회복세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직 많이 이르기는 하나 내년 쌀 수확기 수급 상황은 어떻게 될까?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최근 추세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내년 수확기에도 쌀 과잉공급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신곡 수요량은 쌀 소비 감소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수준인 360만t 내외를 최대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반면, 쌀 생산량은 평년 단수를 가정하고 최근의 벼 재배면적 감소율이 낮은 점까지 반영해 예상해보면 최소한 375만t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쌀 수급은 최소 15만t에서 많게는 20만t을 넘는 공급과잉이 반복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과잉이 발생해도 양곡관리법에 따라 격리 요건을 충족하면 정부가 시장격리를 통해 과잉문제에 대응하겠지만, 정부 또한 쌀 10만t 격리 때 격리와 보관·판매 등의 처리 절차를 거치는 데 2300억원 내외의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규모 시장격리 조치에 대한 재정 부담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쌀 과잉공급 지속에 대한 대안은 없는 것일까? 소비를 늘릴 수 있다면 과잉공급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겠지만 우리나라와 식문화가 비슷한 외국의 쌀 소비 추세를 살펴보면 소비를 늘리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소비 감소 추세를 최대한 완화하는 한편 생산자가 수요 변화에 맞춰 재배면적을 조절하는 것이 과잉공급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대처법이다. 이 과정에서 농가가 자율적으로 감축이 필요한 규모만큼 벼 재배면적을 줄여준다면 가장 효율적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자율 감축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부는 주식인 쌀을 자급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을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해왔기 때문에 그 결과로 기계화 등 벼 재배 여건이 다른 작물에 비해 매우 유리하고, 쌀값에 대한 정부의 정책 개입 등으로 가격 안정성 또한 타작물에 비해 더 높다. 예를 들어 벼농사 기계화율은 98.6%로 매우 높은 반면, 밭농사 기계화율은 61.9%에 그치고 있다. 다시 말해 벼농가가 자율적으로 충분한 면적을 타작물로 전환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은 오랜 기간에 걸쳐 논에 벼 대신 타작물을 재배할 경우 쌀 소득에 준하는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해 논 이용을 다양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물론 일본 정부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논 타작물 전환 지원을 해오며 관련 예산이 농림예산 총액의 15% 수준까지 늘어났고, 여전히 주식용 쌀값 추이에 따라 주식용 쌀로 회귀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그렇지만 쌀 과잉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수 없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내년부터 논 활용 다양화를 위한 직불제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쌀 수급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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