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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농산물 유통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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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내일신문 기고 | 2022년 12월 26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우리나라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은 전국에 총 33개가 있다. 국내 농산물의 50%가 공영도매시장을 거쳐 거래되고 있어, 농산물 유통에서 공영도매시장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1985년 가락동에 첫 공영도매시장이 설립됐을 당시에는 생산자와 위탁상 간의 정보가 매우 비대칭적이어서 온전히 위탁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됐다. 그러다 보니 위탁상은 정보력 우위를 바탕으로 농업인에게 정산할 때 실제 거래가격을 축소시키는 일명 '칼질'이 다반사여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농업인이 입었다.


정부는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공영도매시장을 설립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경매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위탁상의 기능인 농산물 수집과 분산 기능을 나누어 경매회사인 도매법인은 수집을, 중도매인은 경매를 통해 낙찰받아 분산토록 했다. 도매법인은 거래금액의 일정 수수료를 가지는 수입구조를 갖고 있어 높은 가격에 거래될수록 이익이 더 남는 구조이며, 중도매인은 낮은 가격의 거래로 이윤을 남기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농업인은 공영도매시장을 통해 출하할 경우 농업인 대신 높은 가격에 거래하고자 하는 지원군이 생긴 것이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지금은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해 모바일을 통해 모든 농산물의 시세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농산물의 비대면 거래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온라인 판매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었으며, 기업과 소비자간의 거래인 B2C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출현으로 농산물도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루어지는 농산물 B2B 온라인 거래가 aT 사이버거래소나 농협의 온라인거래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 및 거래 주체, 제도적인 한계로 거래는 미미한 수준이고 공영도매시장은 여전히 1985년에 머물러 있다. 그 당시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정책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유통의 효율성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매 제도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되고 산지조직화 정책으로 산지조직 스스로 농산물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음에도 제도는 아직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농산물 유통도 시대변화에 맞게 새 판을 짜야 한다. 1985년에 공영도매시장을 만들어 농업인을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환경을 조성해 유통주체들이 그 판에서 발전했듯이, 37년이 지난 지금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농산물 유통의 새 판을 짜서 유통주체 간 지역·시간·제도적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농업인이 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농산물의 적절한 가격을 결정하고, 농산물 유통의 효율성을 높여 소비자가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2023년에 공영 농산물 온라인 B2B 거래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누구나 팔 수 있고 누구나 살 수 있으며, 지역의 한계를 넘어 시간적인 한계도 벗어날 수 있다. 농업인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거래된 농산물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거래를 통해 나타난 정보를 소비자도 알 수 있어 안전성과 투명성이 높아진다. 또한 다양한 출하처 확보로 농업인의 소득도 제고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산물 품질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실물을 보지 않고 농산물을 거래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환경에서는 생산만 하면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품질 좋은 농산물만 판매가 가능해진다.


농산물 유통에 새 판을 짜야 할 때다. 37년 전에 농산물 유통의 혁신이 일어난 것처럼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농산물 유통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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