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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실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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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축산경제신문 기고 | 2023년 1월 2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지난 2년간 ‘코로나(COVID-19)의 공습’은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사회·경제적 이슈를 삼켜버렸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으며, 등교 제한 및 이동자제 등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졌다. 이는 식생활 소비패턴 변화로 이어졌는데 온라인 소비시장 확대가 그러하다. 

우리 낙농산업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전통적인 시유 시장의 축소와 더불어 가공유 시장의 확대는 낙농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였다. 멸균유 수입 확대는 시유 시장에 작은 돌멩이가 아닌 위협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낙농업계 최대 관심사인 제도 개편이라는 주제는 각 이해당사자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평행선을 이어오다 합의에 이르러 2023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편 낙농가는 대내적으로 사료값 폭등, 낙농 제도 개편,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제 곡물 가격 급등, 금리 인상 등으로 사육과 생산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23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됨에 따라 낙농산업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많다. 이에 2022년을 돌아보고 2023년 낙농산업의 방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전망해보고자 한다. 


# 젖소 사육 감소세 지속, 원유생산 감소

2022년은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 모두 폭등하면서 농가 경영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낙농제도 개편과 원유 기본가격 조정 지연 등으로 낙농가들의 사육의향이 저하되었다. 이로 인해 2022년 젖소 사육 마릿수는 39만 1천 마리로 전년 대비 2.4% 감소한 수준이다. 

2022년의 젖소 사육 마릿수는 40만 마리를 넘지 못하고 하회하고 있는 수준인데, 이는 구제역으로 대규모 살처분이 이루어져 39만 6천 마리를 기록했던 2011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세 미만 젖소 사육 마릿수는 2021년 대비 4.7% 감소하였으며, 1~2세와 2세 이상 사육 마릿수는 각각 전년 대비 1.1%, 2.1% 감소하였다. 이중 착유우 사육 마릿수는 전년 대비 2.3% 감소한 19만 2천 마리로 추정된다. 

사육 마릿수의 감소 추세와 함께 2022년 원유생산량은 2021년 대비 2.8% 감소한 197만 톤 내외로 예상된다. 

이는 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영 악화, 국내산 음용유 소비 감소, 수입 유제품 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낙농산업의 불확실성이 심화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시유 소비 감소, 유제품 시장 확대

1인당 원유 소비량은 2018년 80.1kg에서 2021년에는 86.1kg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1인당 원유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유 소비의 주 고객층이라고 할 수 있는 영・유아 수가 감소하면서 1인당 음용유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서구화된 식생활의 영향으로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식습관 변화와 시유 소비층이 감소함에 따라 국내산 원유 사용량 비중은 줄고 있으나, 유제품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값싼 수입 유제품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 환경, 동물 복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이슈를 고려하여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식물성 대체 음료, 효모나 세포 배양 기술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유제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식물성 대체 음료 시장은 2016년부터 시작해 그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인공 유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먹거리로서 그 잠재성을 인정받아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인구 구조 변화, 소비패턴의 변화, 환경 등 다양한 요인으로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및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 유제품 시장이 위협받을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 낙농제도 개편 -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낙농산업 주체별 이해 당사자 간의 오랜 소통과 진통의 산물로 2023년 1월 1일부터는 원유 용도별 차등 가격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용도별로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어 가격에 차등을 주는 제도이다. 

기존의 원유 가격 결정 체계이던 생산비 연동제와는 다르게 새로 도입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 기본가격을 농가의 생산비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도 함께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이전보다 원유가격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생산자와 유업체 간의 협상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서 2022년 연말까지 원유 기본가격을 리터당 52원 인상한 999원을 적용하기로 하였다. 

2023년 1월부터 제도가 시행되면 음용유 가격은 리터당 996원이 적용되며, 가공유 가격은 리터당 800원이 적용된다. 낙농 제도 개편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서울우유를 포함한 일부 유업체가 새로 도입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참여하지 않음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제도의 실효성 문제이다.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연착륙되기 위해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참여 여부 기준, 사후 관리 방안 등의 세부적인 관련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  2023년은…

원유 수급의 기본은 사육 마릿수와 생산성이다. 젖소 사육 마릿수의 전통적인 흐름 자체는 구제역 발생 때를 제하고 전업화·규모화로 감소 추세가 꺾인 전례가 없다. 

젖소 사육 마릿수 감소세는 202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23년 원유생산량은 2022년(197만 톤) 대비 감소한 193∼195만 톤으로 전망된다. 

2023년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됨에 따라 원유생산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안정적으로 제도가 정착하기 위하여서 시행착오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어 2023년에는 현재의 원유생산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대한 낙농가의 반응이 2023년 원유생산량을 좌우하리라 판단된다. 기본적으로 낙농가의 의사결정 또한 수익성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개편된 제도의 유불리에 따라 사육 의향과 원유 생산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관적 상황을 최대한 객관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미 국내에서 수입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선 것도 오래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만연했던 2022년은 낙농가 생산 기반에 적신호가 들어왔던 한해였다. 

그러므로 2023년에는 낙농가의 생산 기반 유지와 변해가는 소비자의 우유 및 유제품 소비 경향에 맞춰 국산 유제품 소비 촉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갈등과 반목의 시대가 이미 거(去)한 상황에서 화합과 희망의 시대가 래(來)하는 2023년의 모습이 그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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