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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소값 하락,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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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농민신문 기고 | 2023년 1월 27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계묘년 새해 소값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기간에도 강세를 보였던 소값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1월초 2만1000원대에서 형성되던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올해 1월 기준 1만7000원대까지 하락했다. 송아지값 하락폭은 더 심하다. 6∼7개월령 암송아지 가격은 1년 전 290만원대에서 현재 180만원대까지 내려앉았으며, 수송아지 가격은 390만원대에서 28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소 사육 마릿수가 역대 최대 수준인 상황에서 도축이 증가했고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한우고기 소비가 급격히 냉각되며 재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고기 생산 주기(비프사이클) 진폭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제적·실험적으로 한우 수급을 조절하려는 시도였던 미경산우·경산우의 선제적 감축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한우 도매가격이 연착륙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결국 가격 폭락을 경험해야만 농가도 반응한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선제적인 수급 대응에 회의감을 갖게 됐다. 이 사업이 좋은 선례로 남았다면 추후 협회와 농협·정부가 모두 자신 있게 수급조절 사업을 도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촉진 행사로 한우고기 재고를 소진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일시적이나마 도매가격을 부양할 수 있어 송아지값 하락폭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도덕적 해이 문제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진행하는 암소 감축 사업에 농가가 자발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연초에 암소 감축 규모를 14만마리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12∼2013년 암소 감축 사업(20만마리, 의무 10만+자율 10만)을 시행한 이후 최대 규모다.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 선정부터 출하까지 이력정보를 활용해 정확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개별 농가는 사육 형태별로 다른 대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1++·1+ 한우고기는 비교적 값 하락폭이 작아 고급화·차별화 전략으로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도매 시세가 떨어진다고 해서 섣불리 비육이 덜 된 저품질 소를 내보내기보다 계획적으로 출하해야 한다. 번식농가와 일관사육농가는 미경산우·경산우 감축에 동참해 저능력우를 빨리 시장에 내보내는 방식으로 생산원가가 상승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 한우산업은 예견된 공급과잉 초기 단계에 직면했다. 앞으로 몇년을 더 아픈 날들로 보낼지 모른다. 가격 하락 국면을 단기간에 극복하고 한우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모두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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