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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의식에 기반한 농업·농촌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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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동훈

광남일보 기고 | 2023년 3월 21일
김 동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현재 우리 농업·농촌은 다양한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와 국제 곡물 수급 여건 변화에 따라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농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메가 FTA로 인한 국제질서 재편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크게 변화시켰으며, 농업 부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5월 새 정부가 출범했다.이에 따라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새 정부의 농업·농촌 정책 수립을 위한 새로운 기틀이 마련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농업·농촌 분야 주요 국정과제로 ,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농가경영 안정, 농산촌 지원 강화 및 성장환경 조성 등을 채택했으며, 5가지 농정 목표로 튼튼하고 굳건한 식량주권, 혁신하고 성장하는 역동적 농업, 두텁고 안정적인 농가경영 안전망, 건강하고 안전한 국민 먹거리, 쾌적하고 매력적인 농촌 등을 정립했다. 이와 함께 농업·농촌 정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기 위해 5년 단위 법정 계획인 ‘2023~2027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부 정책을 통해 앞에서 언급한 농업·농촌 분야의 많은 어려움이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농업·농촌 정책 수립에 있어 가장 밑거름이 돼야 하는 사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농업인을 포함한 국민은 농업·농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정책 수립의 기반이 돼야 한다. 물론, 농업·농촌 분야에서 지속적,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많은 논쟁과 이슈가 기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농업·농촌 정책의 본질적인 대상자는 농업인을 포함한 국민 전체이며,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책 대상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있으므로 정책 수립의 출발은 국민 의식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국민은 농업·농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2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미래 농업·농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안정적 식량 공급’(도시민)과 ‘환경보전’(농업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민의 상당수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이 지니는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63.0%)하고 있으며, 공익적 기능을 유지·보전하기 위한 추가 세금 부담에 찬성하는 비율(65.7%)도 높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2020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여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을 바라보는 도시민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인의 공익적 기능 증진에 대한 보상 수준이 낮고 농촌 복지 관련 예산 증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46.5%)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많은 도시민이 농업인과 농촌지역의 어려운 생활 여건에 공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도시민의 귀농·귀촌 의향은 37.2%로 높지 않지만,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선호하는 이주 형태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부합하는 귀농·귀촌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농촌지역의 생활 인프라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농업인의 경우 농업에 대한 직업 만족도(25.3%)는 전년보다 하락했으며, 농업경영의 주된 위협 요소는 ‘농업 생산비 증가’와 ‘일손 부족’,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과 재배 여건 변화’ 등이었다. 따라서 농업인들이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중심형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한편 지난해 농식품 분야의 주요 이슈로 도시민과 농업인 모두 ‘자연재해’와 ‘농산물 가격 안정’이라고 응답해 농산물 생산 및 물가 안정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도시민은 주로 환경과 먹거리, 농업인은 농업소득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 식량안보 위기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 수준이 높고 기후변화와 농업 인구 감소를 비롯한 다양한 식량안보 위협 요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응한 식량안보 체계 구축과 함께 합리적인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설정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대내외 여건 변화와 함께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 의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농업·농촌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공감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농업·농촌은 다양한 정책으로 이를 극복했지만,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민 의식에 기반한 농업·농촌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농업·농촌 정책의 성공적인 수립·추진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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