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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시대, 농업 미래에 대한 공감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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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명기

광남일보 기고 | 2023년 4월 18일
이 명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는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ICT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개개인은 수많은 방송채널, 인터넷, SNS, OTT 등으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또 수많은 e-commerce 플랫폼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취향에 맞게 구매·판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다양성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경향이 우리사회에 점차 강해지고 있다. 그 결과 세대·지역·성별·계층 간의 사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름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공감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공감은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국민 개개인은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며, 미래에 원하는 농업의 모습 역시 다양하다’처럼 누구나 이러한 다양성이 존재하다는 점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구하는 가치와 원하는 농업의 모습이 다양하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보고 미래의 바람직한 농업 모습과 농업 정책을 제시한 경우는 흔치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국민이 원하는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모습이 얼마나 다양하며, 얼마만큼 다를까?’라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 답을 찾고자 ‘2040 한국 농업 미래 시나리오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상호 대립하는 농업 모습을 2개씩 제시하고, 현재 농업의 모습은 어디에 가까운지와 미래에는 어떤 농업 모습을 원하는지를 일반국민, 농업인, 전문가 등 세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조사결과는 원하는 농업의 미래 모습이 상당히 다름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행동양식과 관련된 두 모습, ‘농가 개별 역량에 기반한 시장 경쟁’과 ‘농업 관련 경제·사회·환경 활동에 있어 농업인 간 협력과 참여’ 중에서 농업인의 31%는 전자, 59%는 후자를 선호했다. 반면, 일반국민의 9%는 전자, 77%는 후자를 선택해 농업인과 차이를 보인다. 이는 농업을 직접 하는 농업인과 농업을 바라보는 일반국민 사이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있어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농업의 현재 모습에 대해서도 응답자들 간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했다. 예를 들어 전문가의 33%는 현재 농업의 모습이 ‘농업생산 중심의 소수의 규모화된 대농·기업농 중심’, 53%는 ‘소득원이 다양한 다수의 중소가족농 중심’이라고 응답했다. 농업인의 의견은 각각 44%로 나눠졌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의 모습은 한 가지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한 가지 객관적 사실을 놓고 개개인들은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 왜 그럴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즉, ‘성장’, ‘효율’, ‘개인 자유’ 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응답자와 ‘분배’, ‘형평’, ‘공동체 연대’를 중시하는 응답자 간에 하나의 객관적 사실이 다르게 인식됐다.


이명박 정부는 ‘성장’, 문재인 정부는 ‘사람과 환경’이 중시됐으며, 윤석열 정부는 다시 ‘성장’이 중요하게 추구되고 있다. 5년마다 바뀌는 정부가 중시하는 가치에 맞는 농정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농업의 가치와 미래 모습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는 다양성이 때때로 간과되기도 한다. 또한 가치의 차이로 발생하는 쟁점은 해소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의의 장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에서 농업인을 포함한 국민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경제·사회 활동과 농업과 국가 발전을 위한 정부 정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른 가치와 생각을 지닌 상대방을 인지하고 인정하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다양성 그 자체와 원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중시하는 가치와 원하는 농업의 미래 모습이 다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협의·이해·조정하고 정책 추진의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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