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5일(월) 농민신문>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되면서 농촌지역이 영농 폐비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요즘 농촌 논밭 곳곳에선 고구마·무·마늘·양파 등 농작물을 심거나 영농 준비 작업이 한창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농촌환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폐비닐, 전체 발생량 55~60%만 수거=22일 충남 서천·공주 고속도로 서부여 인터체인지(IC) 인근의 한 농촌마을. 마을로 들어서는 ‘토끼굴’을 막 지나자 밭 등 농경지에 내버려진 폐비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수거는커녕 인근 논 한구석에 폐비닐을 비롯한 각종 시설자재를 몰래 내다버리거나 태워버린 현장도 눈에 띄었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치우고 싶어도 일손이 부족해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전북 부안지역도 마찬가지다. 여름무를 심은 밭고랑에는 파종 때 사용하고 내버린 비료포대를 비롯해 멀칭비닐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게다가 색이 누렇게 변한 것으로 봐 오래전에 버린 것 같은 폐비닐도 흙 속에 반쯤 파묻혀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렸다. 나뭇가지로 조금만 깊이 파보면 꽤 꼬리가 긴 비닐조각도 그대로 들려나온다. 한 농업인은 “예전엔 밭가에다 놓고 태웠는데, 지금은 그렇게도 못하잖느냐”면서 “아주 처치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양한 수거장려책이 도입됐지만, 아직 농지에 뒹굴거나 매립되고 임의로 소각되는 폐비닐이 적지 않다.
폐비닐 수거사업을 담당하는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4년 폐비닐 수거량은 18만8000여t으로, 전체 발생량(32만9000여t)의 57%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전체 발생량(33만t 추정)의 56% 수준인 18만6000여t만 수거됐다. 나머지는 농촌지역 곳곳에서 흉물스럽게 나뒹굴고 있다는 얘기다.
◆수거비 현실화 및 수거함 확대 필요=한국환경공단과 일부 민간업체가 폐비닐을 거둬가 재활용하지만, 모두 인력과 수거장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영농폐기물 담당 직원은 40여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농촌 고령화에다 농업인의 자원 재활용 의식도 낮아 농촌의 폐비닐 방치는 지금보다 나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와 농업인들은 폐비닐 수거율 향상을 위해선 수거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자치단체는 폐비닐 수거를 위해 장려금이나 보상금을 지원한다. 장려금은 재활용 가치에 따라 1]당 평균 100원 선. 박비호 한국환경공단 영농폐기물관리팀 과장은 “장려금은 지자체의 재정상황에 따라 최저 50원에서 최대 200원까지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1]당 10원만 지원한다.
사과 농가 김정오씨(66·경남 거창)는 “수거율을 높이려면 수거비를 현실에 맞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폐비닐 수거함 확대와 농업인 참여유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업인 김현자씨(48·경남 밀양)는 “농약처럼 수거함을 확대 설치해 지정된 요일에 청소차가 거둬가면 수거율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인 김인남씨(63·경북 상주)도 “농촌의 작은 마을엔 폐비닐을 모아 버릴 만한 장소가 없다”면서 “농촌 생활쓰레기와 함께 폐비닐을 분리·수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가들이 폐비닐 수거에 보다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수거장려금 확대와 함께 벌금 부과 등 다소 강제성이 있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