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 ㈜미실란은 친환경 쌀을 발아현미로 가공하고, 농가맛집을 운영해 높은 소득을 올린다. 연간 방문객 6000여 명, 연 매출이 10억 원이 넘는 이곳은 6차 산업화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식량자원 6차 산업화 우수 사례로 손꼽히는 ㈜미실란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글 이진랑 사진 이경우(사진가)
발아현미 생산·가공·농가맛집까지 6차 산업으로 쌀 가치 높였죠
전남 곡성읍의 한 폐교를 발아현미 가공장으로 탈바꿈시킨 ㈜미실란(이하 미실란)은 농업인의 견학지이자 농가맛집으로 이름난 곳이다. 스스로 ‘발아현미에 미쳐 사는 쌀 박사’로 칭하는 이동현 대표(48)가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고, 부인 남근숙 씨(45)는 마케팅과 밥 카페 ‘飯하다’의 운영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일본 규슈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박사 농부’다. 이 대표가 친환경 쌀농사를 시작한 것은 ‘식(食)’에 관한 특별한 관심 때문. 12년 전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을 설립하고 친환경 쌀 재배와 발아현미 가공에 뛰어들었다.
2005년부터 발아현미 연구와 개발을 한 이 대표는 사업 초기 1억 원 상당의 원료곡을 가공해 6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2011년 12억 원, 2015년 9억 8000만 원에 이어 지난해 약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백미(9분도)와 현미 등 쌀 포장 제품이 20%, 발아현미가 40%, 가공식품이 30%, 나머지 10%는 밥 카페?서 매출을 올린다.
[성공 요인 1 - 가공 전용 품종 개발과 기능성 연구 앞장] 미실란의 발아현미가 특별한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다른 가공업체와 달리 전용 품종인 <삼광벼>만 고집한다고 말했다.
“저희는 일반 쌀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발아현미 가공에 적합한 품종 선택과 원료 관리가 가장 중요해요.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재배한 친환경 삼광벼와 토종 오색미만 원료로 사용합니다.” 초창기에는 일반 현미를 가공 원료로 사용해 발아율과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일찍부터 쌀 품종에 따라 가공 적성과 기능성 물질이 다른 것을 간파한 이 대표는 학교 옆 2.64㏊(약 8000평) 논에 850여 종의 쌀 품종 연구를 병행해왔다.
“품종마다 발아 시간과 온습도 등 조건을 달리해 발아율을 시험해봤어요. 그 결과, 발아 가공 후 수분이 남아 있어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 품종을 알았습니다. 특히 삼광벼가 발아현미 가공 전용 품종으로 가장 적합했습니다. 삼광벼는 미질이 우수하며 동시 발아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요.” 또 2007년부터는 농촌진흥청과 협약하고, 발아현미 원료곡 및 기능성 물질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산업화를 공동 연구 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발아현미의 당뇨 질환 개선 기능’에 대한 임상시험을 국내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발아현미에 함유된 옥타코사놀은 정력과 근력에 좋지만 현행법상 기능성 표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농촌진흥청, 분당제생병원 등과 당뇨 개선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으로 결과물이 도출될 경우 쌀의 가치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공 요인 2 - 깐깐한 원료곡 관리부터 경쟁력 인식] 발아현미란 현미에 알맞은 온도와 수분, 산소를 공급해 싹을 틔운 것을 말한다. 이 대표는 발아현미의 가공 기술도 중요하지만 원료곡의 품질 관리가 상품성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품종부터 원료 관리까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원료곡 품질이 좋아야 발아율이 높고 밥을 지었을 때 향이 구수하거든요. 그래서 발아현미 전용 품종을 계약 재배하고, 수확 후 관리까지 철저히 합니다.” 현재 원료곡은 30㏊ 규모로 계약 재배한다. 초창기에는 곡성 지역 30여 농가가 참여했지만 품질 관리를 잘하는 농가를 제외한 나머지는 탈락시켰을 정도로 생산 단계부터 깐깐하게 관리한다. 올해는 16농가가 삼광벼와 흑미·적미·녹미 등 유색미 재배에 참여한다.
“발아현미용으로 적당한 원료곡 생산을 위해 수확 현장에서 샘플을 채취해 검사합니다. 또 수확 시 콤바인 탈곡통의 회전수를 관리하고, 벼를 건조할 때도 수분은 14.5%로 유지하며 고온으로 급하게 말리지 않아요.” 원료곡은 4월까지는 각 농가에서 보관하다가 현미로 도정할 때 미실란의 자체 연구소에서 금이 간쌀 개수와 단백질 함량 등을 검사한 뒤 부적합할 경우 탈락시킨다. 기준에 맞지 않은 원료는 백미용과 일반 현미용으로 쓰고 적합한 것만 발아현미 원료용으로 쓴다. 대신 계약 재배한 쌀은 전량 수매하고, 지역 수매가(40㎏ 기준)보다 무농약은 3000원, 유기농은 5000원 높게 책정해 지역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줘 호응이 높다.
이 대표는 “미실란의 발아현미는 자체 연구소에서 엄선한 원료만을 사용한다”며 “특히 농가형 가공이 성공하려면 기본에 충실하고 품질 관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공 요인 3 - 가공 기술 차별화와 상품화 전략] 미실란의 발아현미 가공 기술 또한 경쟁력이다. 발아율이 95% 이상으로 높고, 발아현미 싹의 길이가 5㎜나 돼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라고. 특히 ? 대표는 자체 개발한 발아 건조 시스템으로 시큼한 냄새를 없앤 발아현미 생산 기술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기능성 물질을 코팅하거나 배양하는 방식이 아닌, 친환경 현미를 원료로 최적의 조건에서 발아시키고 특허 기술로 건조해 품질 자체를 차별화했습니다. 또 해마다 수질 검사한 지하수로 발아시켜 식감이 좋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죠.” 첨단 건조 가공 기술을 접목해 자체 제작한 발아 플랜트 기계로 발아현미를 생산한다. 지난해 말에는 발아 과정에서 미생물 차단을 위해 원적외선과 온습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화 기계를 개발, 제작했다.
먼저 현미를 12시간 정도 수침해 세척한 다음, 발아 플랜트에서 30~34℃로 16~24시간 발아 가공한다. 이때 발아 시간은 쌀 품종과 재배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최적의 발아를 위해 생산 농가 별로 원료곡을 관리하는 것이 고품질 비결이라고.
식습관의 서구화와 간편식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발아현미 가공식품을 상품화한 전략도 주효했다. 발아오색미, 발아오색 미숫가루, 발아오색 떡국 등이 인기다. 특히 이들 가공품 원료로 발아율이 저조한 비품을 절대 쓰지 않는 원칙을 고집한다.
[성공 요인 4 - ‘밥 카페’ 로 마케팅 효과 ‘톡톡’] 2015년 10월 농가맛집 밥 카페 ‘飯하다’를 열고, 문화행사 등과 연계해 체험 관광객을 불러 모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대표 부부는 발아현미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늘다가 2010년부터 다소 떨어져 농가맛집을 접목한 6차 산업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 결과, 연간 2000~3000명에 머물던 방문객이 6000여 명으로 늘었다.
“입지상 주변 여건이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려워 고민 끝에 밥 카페를 열었습니다. 유명 한식 셰프에게 컨설팅을 받고, 발아쌀과 발아현미를 주재료로 개발한 음식을 만듭니다. 곡성 지역에서 난 농산물로 만든 로컬푸드를 판매해 호응이 높아요.” 발아오색 연잎밥, 발아현미 누룽지 샐러드, 발아오색 궁중떡볶이, 발아오색 비빔밥 등을 1만 5000~2만 5000원에 판매한다. 밥 카페를 찾는 방문객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마케팅에도 도움이 돼 발아현미 제품 판매도 늘었다.
이 대표는 “쌀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농가가 6차 산업화로 성공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 등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2대, 3대가 이어가는 지속 가능한 농업이야말로 향후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 대표는 쌀빵용 쌀가루 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소비자 요청에 따라 떡 사업에도 뛰어들고 발아현미를 가공한 이유식과 선식 제품 등 상품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미실란이 우리 쌀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쌀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