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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제출

탁주의 향료 및 색소 첨가 허용 세법개정안 사건과 소규모 양조장 및 증류소 단체의 형성

2025.04.14
26
작성자
이한눌
조치여부
제출
조치내용

작년 7월25일에, 기획재정부는 탁주(막걸리)에 향료와 색소 첨가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양조장은 탁주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도움이 된다며 이 세법개정안에 찬성했다. 반면, 대부분의 소규모 양조장은 다음 등의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다:


  • 이번 세법개정안은 탁주의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한다. (수입쌀에 향료와 색소를 첨가해 대량 생산한 술과, 국산 농산물 원재료를 사용한 탁주가 같은 명칭으로 불려서는 안된다.)

  • 국산 농산물 원재료로 다양한 맛과 향이 나는 술을 만들기 위해 소규모 양조장들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를 향료와 색소로 대체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되면 술 생산에서 국산 농산물 사용은 감소될 것이다.

  • 프리미엄 탁주가 시장에서 밀리고 향료와 색소 첨가로 저품질 저가격 탁주 제품이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 향료와 색소가 첨가된 술은 기존에는 기타주류로 분류되고 높은 주세가 책정됐으나,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이러한 기타주류가 탁주로 재분류되면서 세금 혜택을 받게된다. 이러한 세금 혜택은 대규모 양조장을 위한 것이며 이들을 위한 세금 혜택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소규모 양조장들은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막걸리의 향료 및 색소 사용 등의 허가개정안’ 폐지 요청 국민동의청원 등이 국회에 제출됐으며, 소셜미디어에서는 ‘진짜 막걸리’를 원한다는 의미로 ‘#찐막’이란 해시태그와 함께 소규모 양조장 대표들과 이들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챌린지가 이뤄졌다. 일부 대규모 양조장 업체(예, 배상면주가) 및 조직(예, 서울탁주제조협회[서울장수],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도 이 세법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전통주업계와 여러차례 간담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했다. 그리고 결국, 이 세법개정안을 올해 1월16일에 철회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소규모 양조장과 소규모 증류소를 대표하는 단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그들 사이에서 더욱 커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류 관련 법규와 행정에서의 창구 역할을 할 그들의 대표성을 지닌 단체가 없다보니 생기는 폐해였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단체도 존재한다. 그러나, 기존의 단체는, 예로 ‘막걸리 협회’는 대형 막걸리 업체들과 소규모 양조장들이 혼재하여 구성돼있다. 이번 막걸리의 색소와 향료 첨가 허용에 관해서는 주로 대형 막걸리 업체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반면, 소규모 양조장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몇몇 소규모 양조장과 소규모 증류소의 대표들이 간담회 형식으로 자체적으로 충청북도 청주에서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협회를 창립하기로 결정했다. 협회에 참여할 양조장과 증류소의 대표를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모색했고, 현재 120여개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올해 6월에 창립 총회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협회 창립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 전국의 소규모 양조장과 소규모 증류소의 목록을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이러한 자료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이와 비슷한 자료가 있더라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열람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에, 소규모 양조장과 소규모 증류소의 대표들이 자체적으로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단톡방에 서로를 초대하여 온라인에서 먼저 모였다.) 소규모 양조장, 소규모 증류소이다 보니 영세하여 대표가 실질적인 생산 업무에 묶여있는 경우가 있어 협회 창립 추진 회의에도 참석하기가 어렵다. 전국의 소규모 양조장과 소규모 증류소를 대표하는 협회를 창립하려 하니 대면의 소통도 힘들다. 대면으로 서로 소통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임원진으로 선출해야 할지도 잘 모른다. 협회를 창립하기 위한 예산이나 특정한 지원이 딱히 있지도 않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협회 창립 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협회 참여 의사를 밝힌 소규모 양조장과 소규모 증류소들이 협회 창립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창립 추진 회의는 4월12일(토), 충북 충주시 엄정면의 ‘담을 술 공방’에서 12인이 참석하여 진행됐다. 다음은 강의 형식으로 5월17일(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비담 북촌’에서 30여명이 참석해 진행될 예정이다. 

 

창립 후, 협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법규와 행정의 창구 역할 뿐만이 아니라 회원간의 주류 제조 기술 교류, 유통 및 판매에서의 협동, 농업인과의 협업, 술을 테마로 하는 관광 사업 등을 수립하고 실행할 계획이다.

 

*첨부된 사진은 지난 2025년 4월12일 충북 충주에서의 소규모 양조장 및 소규모 증류소 협회 창립 추진 회의 사진입니다.

*본 KREI리포터는 양조장이나 증류소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협회의 취지에 동감하며 올해부터 창립을 도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