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의 일환으로 청주시는 농촌체험관광 플랫폼을 제작 중이다. 청주시의 농촌체험관광에 관련된 정보, 서비스, 업체 등을 모두 이 플랫폼으로 모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여 청주시의 농촌체험관광을 활성화 시키겠단 취지의 사업이다. 베타 버젼 출시를 앞두고 청주시에서 농촌체험을 운영하는 농가들을 불러 이 플랫폼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회의가 지난 4월10일에 열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농촌체험관광은 코로나 이후 4가지의 패러다임 전환을 겪고 있다(김광선 외, 2021. 10.). 그 중의 하나가 ‘비대면 기술과 네트워크 효과 활용으로의 전환’이다. 농촌체험관광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를, 그리고 소비자와 소비자를 ICT 및 비대면 기술을 통해 소통하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볼 때 청주시의 이번 플랫폼 사업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면에서 다시 바라보면 이 사업의 성공에는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 있다.
첫번째는, 이미 현존하고 있는 타 플랫폼의 활용 및 적용 보다는 별도의 새로운 플랫폼을 제작하겠다는 이유의 정당성의 부재이다. 기존의 플랫폼으로는, 대한민국 대표 종합 포털인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네이버 예약’이 있다. 네이버 예약에서는, 숙박, 식당, 체험, 공연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한다. 그리고, ‘솜씨당’, ‘프립’ 등 위치기반 서비스, 그리고 체험의 카테고리(예, 요리, 수공예, 미술, 액티비티)별 검색을 허용하는 플랫폼이 있다. 충청북도, 혹은 청주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의 체험 및 관광에 집중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충북나드리’, ‘청주여기’, ‘휴일엔’, ‘청주시 통합예약’, ‘위플레이’ 등도 있다. 이 중, 민간 서비스인 위플레이를 제외하면 충청북도 및 청주시의 예산으로 구축되고 운영되는 플랫폼이다.
이러한 기존의 민간 및 공공 플랫폼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청주시라는 지역으로 한정하고, 그리고 그 컨텐츠도 농촌체험관광으로 한정하여 별도의 신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활성화 해야하는 명분이 무엇일까? 특히, ‘청주여행을 기록하다’라는 의미로 청주시가 2022년 7월부터 개발에 착수해 2023년이 되는 1년여 만에 출시한 ‘청주여기’라는 통합 플랫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활성화가 아직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청주시의 농촌체험관광이란 한정된 (그리고 축소된) 테마로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 사례의 경우, 프렌드스터(Friendster), 마이스페이스(MySpace) 등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가 이미 있었지만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 학생들만 사용할 수 있는 페이스북(Facebook)이라는 소셜 미디어로 시작해 그 유저(users)를 아이비 리그 학생으로, 주변 학교의 학생으로, 그리고 2006년에는 일반인에게로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지금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청주시의 이번 농촌체험관광 플랫폼도, 청주시의 농촌체험관광을 컨텐츠로 시작하지만 앞으로는 전국의 농촌체험관광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기에 별도의 신규 플랫폼 구축이라는 사업의 방식을 채택한 것일까?
청주라는 지역으로 한정하고, 농촌체험관광으로 컨텐츠를 한정하다 보니 플랫폼 내의 컨텐츠의 수는 매우 적을 수 밖에 없다. 플랫폼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 목표로 하는 입점해야할 사업장의 최소 수가 몇이냐고 물어봤다.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기로 한 위탁 업체는 50개라고 답을 했다. (참고로, 청주시 농업기술센터에 등록된 청주농촌교육체험연구회의 총 회원수/사업장의 수는 30이다. 이 중, 위에 열거된 기존의 플랫폼으로 농촌체험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운영하는 회원은 3~5명 정도이다.)
두번째로는, 이 플랫폼이 앞서 말한 기존의 플랫폼과 경쟁하여 어떻게 활성화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비슷한 예로,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의 음식 배달주문 민간 공룡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자 여러 지자체에서는 자체 공공 플랫폼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러나, 경쟁력의 부족으로 이 서비스는 차례차례 종료됐다. 그나마 어느 정도 활성화가 됐던 경북의 공공배달앱 ‘먹깨비’(2021년 서비스 개시)도 지난해에 경북 공공배달앱 사업의 마감으로 서비스가 종료될 위기였다. (현재, 구미시의 자체 예산과 국비 공모사업으로 서비스를 연명하는 중이다.)
먹깨비의 경우,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민간 플랫폼(배달의 민족, 요기요)과 차별화된 가격 경쟁력을 지녔다. 반면, 청주시의 이번 농촌체험관광 플랫폼에서는 결제 시스템의 도입이 불가하다고 담당자가 밝혔다. 이 플랫폼은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으로 앞으로 최소 2년간의 운영 예산은 확보된 상태이다. 2년의 운영 기간 동안 플랫폼이 자립할 수 있게 농가들과 소비자가 본 서비스를 이용하여 경제 활동이 일어나야 할텐데 결제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에서 공공 예산의 지원 없이 운영비를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세번째로는, 농촌체험관광 상품 공급자의 역량 부족이다. 농촌체험, 농촌관광 농장 육성 사업 초기 때부터 거의 10년이 넘는 현재까지의 기간 동안, 대부분의 농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도시 소비자, 청소년 농촌교육 및 체험비 지원 사업에 의존해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농촌관광 패러다임 전환 중의 하나로 대중관광에서 마이크로(소규모) 투어리즘의 전환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농촌체험관광 상품 공급자들은 농업기술센터 등의 기관이 다수의 소비자들을 모집해 이들에게 체험비를 지원해주며 보내주는 대중관광 및 단체체험에 의존해왔다. 즉, 공공의 대중관광 및 단체체험의 영역에서만 본인들의 체험 상품을 개발하고 운영해왔다. 이를 더 발전시켜 민간의 영역, 즉 ‘내돈내산’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고 만족시키는 높은 부가가치의 소규모 인원 대상의 농촌체험관광 상품 개발에 도전해 보고 운영하지 않았다. 후자는, 농촌체험관광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관광 및 체험 분야의 업체들(예, 일반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자유시장 경제 체제안에서 치열하고 경쟁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힘든 일인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의 테두리 안에서 기득권을 생성하고 누려온 농촌체험관광 상품 공급자라면 굳이 선택할 이유는 없을 듯도 하다. 플랫폼에 입점하여 등록할 농촌체험관광 상품, 즉 소비자가 마이크로 투어리즘의 일환으로 신청하여 소비할 고부가가치의 상품이 부재한 상태이고 이를 개발하려는 상품 공급자의 의지와 역량이 아직까지는 모두 부재한 상태이다.
한편, 이 플랫폼에 입점하고 상품을 등록해 운영할 의사가 있는 농촌체험관광 상품 공급자들을 4월23일에 불러 플랫폼 인터페이스에 관한 교육을 열겠다고 한다.
이런 단편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의 해결이 우선이 아니라 위에 열거한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이 필요해보인다.
참고문헌:
김광선, 이순미, 유은영, 서형주. (2021.10.)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촌관광의 패러다임 전환과 정책 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