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농업기술센터의 청소년 농촌체험활동 사업은 현재 참여 학교 모집에서 난관을 겪고 있다.
청주시의 청소년 농촌체험 사업은 다음과 같이 운영된다. 먼저, 중학교 교과과정과 연계된 농촌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청주시의 농가로 부터 운영 신청을 농업기술센터가 받는다. 농업기술센터는 이들 중 일정 농가를 선정하고 그 농가와 해당 농가의 체험 프로그램 목록을 관내 학교에 공문으로 배포한다. 학교는 농가와 농업기술센터에 연락하여 참여 신청을 한다. 농업기술센터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최종 확정 학교를 선정 발표하고 이 청소년 농촌체험활동 사업을 운영한다.
이전에는, 청소년 농촌체험활동에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를 모집한다는 농업기술센터의 공문이 공지되자 마자 얼마 안돼 그 학교의 수가 충당됐다. 그리고, 신청을 조기에 마감했다.
하지만, 올해엔 상황이 많이 다르다. 3월27일(목)을 신청접수 마감일로 정하고 지난 3월12일(수)에 모집 공고를 냈으나 한달이 훌쩍 넘은 지금도 접수율이 5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올해 2월11일에 선고된 강원도 어느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금고 6개월에 2년의 집행유예 판결로 인한 교사들의 현장 체험학습에 대한 냉냉한 분위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1월11일, 강원도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현장체험학습 도중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속초시 노학동의 한 테마파크로 현장학습을 나갔는데 학생이 주차장에 내려 테마파크로 이동하던 중 신발끈을 묶느라 일행과 담임선생과 인솔교사와 떨어지게 됐고, 버스가 이 학생을 치게 되며 사망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춘천법원의 이 담임교사의 1심 유죄 판결 선고가 발표된 후 교원단체는 기자회견을 즉각 열고 반발하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 안전도, 교사 보호도 담보하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현장체험학습은 중단,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특수학교 교직원 6,30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14.5%는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15.4%는 검토 중이라고, 21.1%는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유보하겠다라고 답했다.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이러한 냉냉한 분위기에 청주시 농업기술센터는 학교의 농가 방문 방식이 아닌 농가의 학교 출강의 방식으로 변경하여 청소년 농촌체험활동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청소년이 도시의 밀폐된 교실을 떠나 한적한 농촌을 방문하여 농업인의 삶과 농촌의 일상을 잠시나마 직접적,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며 교육적인 효과를 얻는다는 사업의 원래의 취지와는 더욱더 벗어나게 될 듯하다. 이는, 예산의 집행 방식에도 기인한다. 우수한 농촌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한 농업인의 노동력, 또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여러차례 시연해보고 보완한 서비스 개선의 노력 등은 인정받지 못하고 매우 제한적으로 정해진 예산 집행의 규칙에 따라 농가는 온전히 체험 재료비로만 사업의 수익을 의존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청소년 농촌체험은 재료비를 산출할 수 있는 단순한 ‘만들기’(예, 고추장 만들기, 테라리움 만들기, 피자 만들기) 상품으로 전락해버렸다. 농촌체험의 교육적 가치, 참신성, 농장의 쾌적함, 농부의 친절함 등등은 금전적 가치를 부인당하는 것이다. 오마카세 식당에 가서 그 해당 식당의 전체적인 외식 경험을 식재료의 원가만으로만 지불을 하겠다는 것이랄까?
농장이라는 현장에서 농촌체험이 진행되면 그나마 이러한 한계를 어느 정도 우회할 수 있다. 반면, 학생을 제한된 공간에 가두고 일렬로 앞을 바라보게 하는 책상 배치의 도시의 학교 강의실이라는 환경에서는 농촌체험이라는 그 명목적 명분마저도 무실해진다.
농촌진흥청이 2006년부터 추진하여 이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농촌교육농장사업이 과도기를 거쳐 이제 안정기에 들어 완성되고 성숙해져야 하는 2025년 현재 이 시기에, 이 사업의 취지와 운영이 학생의 안전과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기에는 불충분한 제도의 한계로 그 정체성마저 모호한 상태이다. 그 운영 예산의 배분에서 상생보다는 서로에 대해 견제하는 농가의 선택, 사업 초반기에 혜택을 받고 사업을 선점한 농가들의 사다리 걷어차기, 중간지원조직의 이권 유지를 위한 관공서와 농업인과의 유착 등으로 이 사업이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 향하지는 않기를 바랄뿐이다.
한편, 미국의 경우 농촌체험에 대해 다르게 접근하는 듯 하다. ‘농촌체험’(rural experience, farming experience, experience on the farm 등)이라는 용어의 제한된 개념 보다는 ‘농촌관광’(rural tourism, agrotourism 등)의 상위 개념 아래의 농촌에서 이뤄지는 교육 및 활동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한다. 이는, 농촌관광의 하위 개념을 다음의 5개로 나누는 분류 방식에서 더욱더 두드러진다--1) 교육(education), 2) 직거래(direct sales), 3) 유흥(entertainment), 4) 야외 레크레이션(outdoor recreation), 5) 숙박(hospitality) (Chase et al., 2018). 그 어느 하위 분류에도 ‘농촌체험’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경우 행정기관과 일반인들은 도농교류를 이야기할 때 ‘농촌체험’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농촌교육’, ‘농촌관광’ 등과 대등하는 병렬적 관계의 개념이라 인식되고 그렇게 사용된다. 다음은 ‘청주농촌교육체험 연구회’ 정관의 일부이다.
제2조(정의) 이 회칙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교육농장’이란, 농업활동이 이루어지는 농촌의 모든 자원을 바탕으로 하여 학교의 교과과정과 연계된 교육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활동을 제공하는 교육의 장소를 말한다.
'체험농장’이란, 농업활동이 이루어지는 농촌의 모든 자원을 바탕으로 하여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장소를 말한다.
'견학농장’이란, 농업활동이 이루어지는 농촌의 모든 자원을 바탕으로 하여 견학활동을 제공하는 장소를 말한다.
위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청주시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청주농촌교육체험 연구회는 ‘교육농장’, ‘체험농장’, ‘견학농장’[관광농원]을 개념적으로 대등하게 병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회를 담당하는 농업기술센터의 해당 부서(소비자농업팀)에서는 청소년 농촌체험활동 사업을 그 부서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기에, 교육농장이란 헤게모니로 연구회가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농촌체험활동 사업이 현재와 같은 난관(예, 교사들의 현장체험학습 반대)을 겪고 있는 것은 매우 씁쓸하다.
참고문헌:
Chase, L.C., Stewart, M. Schilling, B., Smith, B., & Walk, M. (2018). Agritourism: Toward a conceptual framework for industry analysis. Journal of Agriculture, Food Systems, and Community Development, 8(1),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