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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대기업 자본의 농업 진출을 반대하는 이유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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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동부팜한농이 화옹 간척지에 토마토를 재배하는 유리온실단지를 조성했다가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그런데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LG그룹이 최근 자회사인 LG CNS를 통해 영국계 투자회사와 함께 새만금지역에 토마토·파프리카 등을 재배하는 대규모 스마트팜을 조성하겠다고 나서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경북 상주시가 외국계 기업과 합작한 대규모 유리온실 사업에 13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농업계는 대기업 자본의 농업 진출을 반대하는 한편, 대기업 언론들은 사설 등을 통해 농업에 기업 진출을 허용해야 농촌경제가 살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자본의 농업 진출이 농업기술과 물류유통의 고도화를 통해 우리 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농업 진출에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본의 농업 진출은 필연적으로 농업생산의 규모화와 집중화를 가져오고, 이는 소농구조의 붕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과거 서구 열강들이 남미나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면서 수많은 대규모 농장이 만들어졌지만 지역민들의 식량사정이나 경제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기존의 개별 농가가 필요로 하는 농작물을 생산하던 농지가 서구 자본에 귀속되면서 농민들은 임금노동자나 그보다 못한 노예상태로 전락하였다. 여기에 ‘플랜테이션(현지 원주민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서구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기호품과 공업 원료를 단일 경작하는 기업적인 농업 경영 방식)’ 농장들은 식량보다 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커피나 담배·고무 등 환금 작물에 주력하면서 원주민들의 식량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이렇듯 대규모 자본에 종속된 농민들의 고통은 자본의 농업 진출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었다.

농업에 진출한 자본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미국은 1999년 모든 축산물 거래를 농무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축산물의무보고제도’를 도입하였다. 미국 축산업은 소수의 대기업이 가공이나 유통과정을 장악한 수요독점 구조를 이루고 있고, 대부분의 농가들이 이들 기업과 계약생산을 하는 소위 ‘계열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업이 농가에게 병아리나 새끼 돼지·사료·금융 등을 제공하고, 농가들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계열화 사업은 농가의 현대판 임노동자화에 다름 아니다.

미국 농무부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런 계열화 사업이 가격결정이나 거래조건 등에 있어 대부분 농가에게 매우 불리한 점을 고려하여 모든 거래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자본의 폐해를 시장이 자율적으로 제어하지 못해 국가권력이 개입한 사례이다.

우리의 육계산업도 농가의 93%가 하림 등 특정 기업과 독점계약을 통해 생산하는 미국식 계열화 사업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 대기업 자본들은 육계 산업을 넘어 양계나 양돈 산업에도 진출하면서 축산농가들의 반발과 갈등을 부르고 있다. 계열화 사업은 농가의 가격위험을 제거하고 기업의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이점도 있지만, 가격결정이나 계약내용에 있어 수요독점의 폐해를 그대로 노정시키는 문제도 있다. 생산 이후 과정이 과점화 되어 있는 상태에서 많은 농가들은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의 계열화 사업에 참여하지만, 위탁수수료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경영위험을 농가에 전가시키는 불공정한 사업방식에 대한 불만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대기업 자본의 농업 진출을 우려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농업이 생산하는 다원적 기능의 약화다. 우리가 매년 많은 예산을 들여 농업에 지원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농업이 생산하는 다원적 기능을 유지하고 확산시키는 데 있다. 농업은 농촌지역의 소득기반인 동시에 식량안보의 보루이며, 국가의 균형적 발전에 필수적인 산업이다. 이러한 기능은 이윤을 추구하는 소수의 대규모 기업이 아니라 다수의 다양한 소규모 농업경영체가 건강하게 유지될 때 극대화될 수 있다. 대기업 자본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생산농업에 진출하기보다 생산농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고려대학교 양승룡교수님 칼럼입니다.

 

농업 농촌 현실을 잘 대변한 글이어서 옮깁니다.

 

작성자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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