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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의 식량안보 위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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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작성일: 2022.09.19.

원문작성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영국의 식량 공급망

영국 식량 의존도는 46%로 높은 편이나, 공급망의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유지하고 있음. 2019년 기준 한국의 식량 수입 비중은 미국 21%, 중국 15.4%로 단일 국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영국은 한 국가로부터 11% 이상 수입하지 않음. 브렉시트가 단행되기 전, EU에 속해있던 영국은 정책적·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해 70%가량의 식량을 EU로부터 수입해왔고 그 비중은 오랫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음. 영국이 EU를 확실히 떠난 후부터 무역 대상으로서의 EU 매력도가 낮아졌고 1년 새 EU 식량 의존도가 8% 감소했음.

 

국내 생산 또한 안정적으로, 영국은 식량 수요와 경작량에 따라 유연하게 수출입 비중을 조정하고 있으며, 경작 방식이 효율화되면서 급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수월해졌음. 그러나 기후변화, 과도한 경작으로 인한 토양의 질 저하 및 생물 다양성 파괴 등의 환경 문제로 영국의 경작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 일례로 2020년 때아닌 폭우와 가뭄이 번갈아 지속되면서 밀 생산량이 40%가 줄어든 적이 있었음. 밀 생산량은 2021년 들어 다시 회복됐지만,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가 식량 공급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음.

 

 

에너지 위기로 심화된 식량 공급망 불안정 

이처럼 식량 공급에 있어 안정성이 잘 갖추어진 영국이지만,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는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불러왔음. 식량의 수급에 참여하는 주체는 생산자, 가공업자, 물류 유통업자, 도매업자, 소매업자로 나누어져 있는데 문제는 각 단계에서 모두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임. 생산자의 농기구 사용, 물류 유통업자의 화물 운송, 도소매업자의 창고 운영 등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하지만, 에너지 위기로 이 모든 과정의 비용이 올라가면서 결국 식량 생산량 감소와 가격 급등을 초래함. 한 일간지는 에너지 위기로 내년 부활절까지 식료품 가격이 6%가량 상승할 것이라 분석했음. 이외에도 토양의 질 저하나 음식물 쓰레기 문제 등 식량 공급을 저해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이 있음.

 

 

식량 공급망을 위협하는 장기적인 요인 1: 인구 증가와 토양 저하 

출산율이 0%대에 다다른 한국과 달리 영국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인구는 현재 6,700만 명이며 2030년 중반 6,900만 명, 2045년에는 7,100만 명에 다다를 전망임.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람들이 먹을 식량이 더 필요함을 뜻하고 국가가 더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구축해야 함을 의미함.

 

필요한 식량은 늘어나는 반면 식량을 경작할 땅의 질은 저하되고 있음. 토양의 질은 풍식작용 등 자연에 의해 저하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삼림 벌채, 과방목, 집약 재배 및 공사 등 인간의 행위로 인해 저하됨. 정부 정책으로 인해 토양 오염이 심화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일례로 1990년대 영국에서 연료로 쓰일 옥수수가 필요해져 옥수수밭에 보조금을 주기 시작하자 30년 새 옥수수밭의 면적이 3배가 됐는데, 옥수수는 토양을 침식시키는 속도가 빠른 탓에 넓은 면적의 토양 질이 급격하게 저하되었음.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도 토양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 기후변화 또한 온실가스 증가의 결과이기 때문에 인간의 행위로 인해 야기된 것이라 볼 수 있음. 토양 질 저하는 경작지의 사막화, 고유 기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식량 생산을 감소시킴. 영국의 식량 외부 의존도가 46%라는 것은 다시 말하면 54%의 음식이 자국에서 생산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인구는 늘어나지만 같은 면적의 토양이 생산할 수 있는 음식의 양은 줄어들고 있으니 장기적으로 식량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시사함.

 

 

식량 공급망을 위협하는 장기적인 요인 2: 음식물 쓰레기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매년 95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그중 70% 이상이 가정에서 나오고 있음. , 먹을 양보다 과도하게 음식을 구매한 뒤,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것임. 이렇게 버려진 음식물로부터 나오는 온실가스 또한 3,600만 톤에 달하는데, 이 수치는 2018년 기준 전체 영국 온실가스 배출의 8%를 차지함. 식사량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멀쩡한 음식이 버려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온실가스가 다시 식량 공급을 감소시키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음.

 

놀라운 점은 영국에서는 음식물 분리배출이 법적으로 요구되고 있지 않음. 지역에 따라 분리해서 배출하는 곳도 있으나 공동생활시설의 경우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린 후 일괄 배출함. 영국 정부는 이러한 영국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 문제를 해결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2023년 영국 전역에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을 법적으로 의무화할 예정임. 지역 당국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차도마다 비치한다면 2029년까지 분리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135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며, 125만 톤의 온실가스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됨.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20% 줄일 것을 약속하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있어 세계적인 선두 주자가 되겠다고 다짐했음.

 

팬데믹 시기 식량안보를 위한 영국 정부의 기민한 대응 

영국의 식량 공급망은 민간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의식주에 해당하는 영역인 만큼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고 있음. 특히 팬데믹 시기 식량 공급망이 크게 위축되자 정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식량 공급망 안정성을 지키는 데 일조했음.

 

코로나19로 촉발된 봉쇄, 거리두기, 공장 가동 중지로 식품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음. 봉쇄 조치로 인력 수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농경지나 목축지의 생산성이 저하됐고 공장 가동이 중지되면서 농가 운영에 필요한 물품 조달이 어려워져 경작 자체가 불가능해졌음. 팬데믹은 영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에 수입 증가 및 공급망 다변화의 어려움도 있었음.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는 먼저 여려 협의체를 만들어 문제를 빠르게 파악했다. 식량공급망 비상연락망(FCELG, The Food Chain Emergency Liaison Group) 정기 협의회를 열어 식량 공급망 탄력성 및 안보에 대해 논의하고 공급망에 차질을 줄 수 있는 문제 요인들을 구체화했음. 팬데믹이 시작된 시점에는 식량 회복탄력성 산업포럼(FRIF, Food Resilience Industry Forum)을 열어 식량 공급망 중 운수와 관련된 문제를 파악해 지원했음. 또한 정부와 민간분야 간 효율적이고 빠른 소통을 위해 산업 분과별 미팅을 주도하였음.

 

정부는 고수요 물품들에 대한 구매 제한정책을 통해 모든 농가에 장비 등 물품이 고르게 배분될 수 있게 했고 운송 관련 규제를 완화해 이전보다 식량이 빠르고 자주 공급될 수 있도록 함. 이외에도 플라스틱 가방 사용 제한 조치를 일시적으로 풀어 전염병 확산 가능성을 낮추는데 일조했고 주요 식량이 최우선으로 배송될 수 있도록 했음.

 

 

영국 정부의 식량안보 정책

-우 사태 발생 당시 정부는 비료 등의 생산비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영국 정부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지속적으로 식량안보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음. 또한 토양 질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환경적인 문제도 해결코자 노력 중임.

영국 정부는 식량안보 해결책으로 자급자족을 내세우지 않음. 영국에서 생산할 수 없는 식량에 대해서는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해 효율적으로 조달하고 대신 필수적인 식량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체 공급선을 확보할 것을 강조함. 일례로 영국 정부는 현재 러-우 사태로 인해 수급이 어려워진 밀, 옥수수 생산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과 거래를 지속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음. 또한 세계 식량안보 수호를 위해 취약국의 식량 위기 영향을 최소화할 방법 또한 모색하고 있음.

   

시사점

한국의 식량안보 순위는 세계 32위로 매년 순위가 뒷걸음질 치고 있음. 밀 수출 제한, 팜유 수출 제한 등 세계적인 식량 수출 제한이 이어지고 있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한국의 곡물 자급률이 20%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식량안보 위기 속에 놓여있음. 우리 정부는 현재 부족한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현 공급망 상황은 자꾸만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임. 우리 정부의 식량안보 수호를 위한 직접적인 움직임이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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