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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일자리] 군산보리, 수제맥주로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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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보리, 수제맥주로 태어나

2019-05-27

 

우리나라 주류 중 가장 많은 소비가 이루어지는 맥주!!

 

퇴근 후 한 잔, 모임의 술자리, 그리고 더운 날씨에 땀 흘리고 시원하게 목으로 넘기는 맥주 한 캔의 청량감은 지친 서민의 일상에 활력소가 됩니다.

 

우리 주변의 식당이나 마트,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과하지만 않는다면 여름날의 더위를 식혀주는 아이템 중 한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맥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소비가 이뤄지는 주류인 만큼 그 종류와 제조 방법 또한 다양합니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국산과 외산이 뒤섞인 혼돈 상태로 회사마다 맥주 맛에 자존심을 내걸고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마셔왔던 맥주의 주원료가 전량 외산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보리를 주원료로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어도 보리가 어디에서 재배되어 맥주로 만들어지는지 알고 계시는 분들은 극히 적을 듯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맥주를 예정하는 분들에게 반갑고도 즐거운 소식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지난 4월 농산물 가공지원센터에서는 여러 언론사가 참여한 가운데 국내 수제 맥주 산업의 맥아 소비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주제로 발표가 있었습니다.

 

흰찰쌀보리하면 군산이 떠오를 만큼 보리 주산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제는 흰찰쌀보리를 넘어 맥주의 원료가 되는 최상 품질의 맥아를 생산함으로써 본격적인 국내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간혹 맥주와 관련된 뉴스가 나올 때면 물탄 맥주”, “싱거운 맥주이런 말들이 많이 나오지만, 우리 보리로 만든 수제 맥주가 본격적으로 판매된다면 국내 맥주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 같습니다.

 

같은 과일이라도 품종에 따라 식감과 맛이 조금씩 다르듯이 보리에도 여러 종류의 품종이 존재합니다.

 

그중 맥주를 만드는 품종은 라거를 만드는 광맥과 에일(흑맥주)의 원료가 되는 흑호 품종이 사용되는데 맥아 외에도 쌉쌀한 맛을 조절하는 홉과 발효를 돕는 효모, 그리고 물, 4가지의 주원료를 혼합하여 일정 온도에서 발효과정을 마치면 우리가 마시는 맥주가 되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 신축된 군산 농산물 가공지원센터의 군산 맥아 가공 특화사업 시설에서 식혜, 조청, 장류를 만들 때 사용되는 엿기름도 함께 생산하고 있습니다.

 

보리의 발아, 건조설비의 우수성, 생산효율, 가공 품질 등 이미 검증을 마친 시설로 기존 업체들보다 가격과 제품의 퀄리티 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지역 보리 농가들의 소득 증대와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시설로 연간 250여 톤의 보리로 맥아와 엿기름 생산하지만 2023년 이후로 2,000톤까지 확대하여 식혜 공장과 고추장 공장에 납품될 예정이며, 대형마트와 유통 업체, 로컬푸드 직매점을 통하여 가정에서도 위생적이고 항상 같은 품질의 엿기름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함께 참여한 기자들로부터 군산시 농업기술센터 김미정 농촌지원과장에게 군산 보리에 관해 질의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유통과정 중 수입 맥아와 경쟁력을 갖춰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압도적이었는데요.

 

아직은 수입 맥아와 단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만, 최상의 품질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사용하여 맥주를 제조했을 때 주류세 50% 감면 혜택이 지역별로 확대된다면 수입 맥아와의 경쟁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명쾌한 답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농산물 가공센터 2층 제조 현장에는 현업에서 보리농사를 지으시는 농민과 수제 맥주 창업을 준비하시는 예비 창업주, 한국수제맥주협회 연구원이 자연에 가까운 보리 맛 그대로의 맥주를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해외 소규모 맥주 제조업의 경우 미국 약 4,300, 독일 약 1,300, 일본 약 400개가 있을 만큼 활성화되어 있고 지역 농민들과 밀착된 기업형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120여 개의 업체에서 수입 맥아를 이용하여 만든 맥주로 0.5~1%의 시장 점유율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향후 10년 이내에 수제 맥주 시장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국산 맥아를 원료로 하여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풍미의 맥주가 만들어진다면 맥주도 하나의 맛집 문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군산에서 열렸던 축제 현장을 다녀가신 분들은 이미 농산물 가공센터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맛보셨을 겁니다.

 

최근 미성동에서 열렸던 꽁당보리축제, 시간여행축제 등 군산을 대표하는 축제마다 빠짐없이 가장 맛있게 발효된 맥주를 홍보하기 위해 가지고 나오는데 발효기에서 바로 내려 먹는 맥주 맛은 그때 마셨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물론 완성이 덜 된 것이기도 하고 생맥주 냉각기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시원함과 인위적인 탄산이 가미되지 않아서 톡 쏘는 맛은 덜했습니다.

 

그래도 한 모금의 맥주 안에는 보리 본질의 맛이 그대로 담긴 풍부하고 깊은 향이 느껴질 만큼의 구수함과 쌉쌀함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5% 이내라고 하지만 입안을 가득 채울 정도의 폭넓은 풍미가 오랫동안 남아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쓴맛은 빠지고 구수함이 더 강해지는 맛이라고 할까요??

 

쉽게 예를 들어 커피 생콩을 로스팅 후 바로 마시는 것과 로스팅된 커피를 오랜 시간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쳐 마시는 커피 맛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가 되어 즉석에서 내린 맥주를 맛보게 됐는데 조만간 군산에 수제 맥주 거리가 조성된다면 그땐 우리 보리로 만든 신선한 맥주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인더케그 수제 맥주 공장을 견학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인더케그는 반맥즙 수제 맥주 제조업체로 발효과정 직전 단계의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업주나 개인이 간편한 발효 장비를 이용하여 원하는 기간의 숙성과정을 거치면 나만의 색깔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 법적인 허가 절차로 국내에 유통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게 남았습니다.

 

그래도 현재 중국, 필리핀, 인도, 태국 등 해외시장에서 우리 기술력을 인정받아 전량 수출되고 있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됩니다.

 

조만간 법적인 허가가 끝나는 대로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을 맥주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원전 고대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에서도 맥주의 기록이 발견됐을 만큼 인간에게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술이죠.

 

아직은 독일이나, 미국보다 수제 맥주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개인의 개성이 톡톡 튀는 시대에 정형화된 틀 안에 만들어진 완제품보다 나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맛을 찾아가는 현재 세대와 코드를 맞춰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아이템임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우리 보리로 만든 국산 맥주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일생의 한 번은 꼭 맛봐야 할 버킷리스트에 오르는 그 날까지 우리 국민의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북일보 <기고(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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