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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4대강 보 개방에 ‘딸기는 괴로워’…과도한 물 사용에 ‘새 농법’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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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개방에 딸기는 괴로워과도한 물 사용에 새 농법모색해야

2019-05-27

 

수막재배의 딜레마

 

 

 

4대강 이후 늘어난 수막재배

딸기 산업 규모 12000억원

 

지난겨울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운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엉뚱하게도 4대강 복원(재자연화) 논란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딸기가 4대강 사업 이후 늘어난 수막재배와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2017년 창녕함안보 개방하며

지하수 수위 낮아져 물 부족

농민들 냉해 피해손보 소송

 

최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2017년 경남 창녕함안보 개방으로 농작물 피해를 본 농민들에게 8억여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농민들은 경남 함안군 광암들에서 겨울철에 지하수를 끌어다 토마토와 양상추 등을 수막재배 방식으로 키웠는데, 보 수문을 개방하면서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물 부족 현상으로 냉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에선 피해 예측이 가능했는데도 충분한 검토 없이 보를 개방했다며 농민들 손을 들어줬다. 다만 농민들도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환경부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4대강 복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보 개방의 폐해가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수막재배 문제는 4대강 사업이 낳은 숱한 문제점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소모적인 논쟁만 하기보단 앞으로 어떻게 물을 사용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발전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막재배가 뭐길래

 

4대강 강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주변에 빼곡히 들어찬 비닐하우스를 쉽게 볼 수 있다. 비닐이 이중으로 쳐져 있는 비닐하우스가 있다면 그게 바로 수막재배 시설이다. 수막재배는 이중 비닐 사이로 12~15도 정도의 지하수를 끌어올려서 계속 흐르도록 해 겨울철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고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농법이다. 1990년대 처음 친환경 농법으로 소개되었다가 2000년대 후반 고유가 시절에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며 널리 알려졌다. 그즈음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파내고 보로 물을 가두면서 강 주변에는 물이 풍부해졌고, 물이 많이 필요한 게 단점이던 수막재배도 덩달아 확산됐다.

 

 

 

수막재배의 대표적 생산품이 딸기다. 일반적으로 작물이라고 하면 고추, 마늘, 양파를 떠올리지만, 단일품목으로 가장 산업 규모가 큰 것은 딸기다. 무려 12000억원 규모다. 딸기가 수막재배와 찰떡궁합이 된 이유는 저온성 작물이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도 비닐하우스에서 별 어려움 없이 자란다. 딸기만이 아니라 호박, 부추, 양상추 등 각종 저온성 작물들이 수막재배 덕을 봤다.

 

농림축산식품부 시설채소 온실현황 및 채소류 생산실적을 보면, 2017년 기준 딸기 전국 재배면적이 5907인데 이 중 시설재배는 5783이며, 생산량은 206226t이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2194에 생산량은 104995t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충남이었다.

 

원래 딸기는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던 것이고, 수막재배를 4대강 주변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남에는 낙동강이, 충남에는 금강이 흐르고, 양쪽 모두 최근 4대강 보 처리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지역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농민들로선 정부가 물을 풍부하게 해놓고 수막재배까지 권장하더니 이제 와서 몇 년 만에 물을 뺀다고 하니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4대강 사업은 단순히 물줄기만 바꾼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각종 예기치 못한 변화를 불러왔다. 단순히 보를 없애는 것 등 물리적 조치만으로는 4대강 사업 이전으로 온전히 시간을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막재배와 지속 가능성 논란

 

수막재배는 친환경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 고령군 포2리 이장인 곽상수씨는 낙동강 옆에서 수박농사를 짓고 있다. 곽씨는 수막재배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하수를 끌어오려고 관정을 팔 때 지하 30m 정도까지는 200관을 쓰고, 그 아래 암반층부터는 150관으로 다시 뚫게 됩니다. 두 관이 만나는 지점을 접합해야 하는데 대부분 안 해요. 지표수가 틈을 통해 암반으로 들어가면 물이 더 잘 나오거든요. 거기에 오염물질이 흘러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너도나도 관정을 뚫는 바람에 지하수 오염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다.

 

재자연화 반대에 힘 싣지만

15시간 물 흘려보내는 식

지역별 이용 질서문제 있어

지속 가능한 재배법 고민 필요

 

과도한 물 사용 문제도 있다. 수막재배는 보통 11월에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5시간 동안 계속 물을 흘려보낸다. 수막재배 농가 150여곳이 사용하는 지하수면, 작은 군에서 쓰는 상수도량에 맞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에는 물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순환식 수막재배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물을 그냥 흘려보내는 비순환식이 전체의 72%를 차지한다.

 

곽씨는 현재 수막재배로 쓰는 물을 언제까지 땅이 감내할지 의문이라면서 “4대강 사업 이후 양수장에서 물을 퍼올리면 녹조가 논까지 차는 모습을 본다. 이렇게 지은 농산물이 괜찮을지, 강에 녹조가 끼고 각종 문제가 발생해도 물만 마음대로 쓰면 괜찮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대강 사업이 농촌 공동체의 질서를 교란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시설재배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나름의 토지 이용 질서가 공동체적 통제를 통해 이뤄져왔다. 하천에서 가까운 곳에 깊은 관정을 파면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지역은 물이 나오지 않는다. 지하수를 쓰기 힘든 농지는 하천 주변보다 지대가 낮게 설정돼 작물의 출하가에도 영향을 주고, 이 같은 질서를 중심으로 시장가격이 결정돼왔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지하수 이용이 쉬워지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먼 지역에서도 물을 끌어 쓰기 쉬워지면서 기존 시장 질서에 변화를 일으켰다. 김 연구위원은 수막재배로 수질, 물 이용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경과 농업이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요소가 된 측면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환경부에서 보 수문 개방 이후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해선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면서 다만 수막재배가 지속 가능한 농법인지에 대해선 농민들도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관리에 대한 장기적 안목 필요

 

일부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으로 하천 준설을 심하게 하면서 지하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땅 위를 헤쳐놓으면서 땅 밑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보의 수위 변동에 따른 지하수 영향 범위로 제시한 거리보다 훨씬 먼 지점에서도 지하수 수위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민호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단순히 거리로 따질 것이 아니라 강 주변에서 땅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느냐를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강이 흐르면서 퇴적되는 모래층이 주변에 쌓여서 연결되고, 강 주변 농경지 아래 흐르는 지하수도 자연스럽게 강물과 이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의 수위에 따라 지하수 수위도 연동되어 움직인다.

 

문제는 한국에선 땅 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 수위를 낮췄을 때 주변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이 어렵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강을 지나치게 많이 파냈다는 게 문제다. 구 교수는 준설을 많이 한 낙동강의 경우 보를 열 경우 흐르는 물의 수위가 주변보다 낮아져 실제로 물의 양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보의 완전 개방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 정도라고 했다. 4대강 보의 절반이 몰려 있는 낙동강 주변에선 광암들과 유사한 민원이 나올 수 있는 지역이 40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보를 그대로 두는 게 모든 농민에게 좋은 것만도 아니다. 수박농사를 짓는 곽씨의 경우 4대강 사업 시작 때부터 강하게 반대해왔다. 낙동강 수위가 올라가면서 수박밭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곽씨는 광암들 농민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보가 생기면서 7~8년 고생한 입장에서는 보상해준다는 말을 듣고 억울한 심정이 들기도 했다정부가 농민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여러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 과제다. 최근에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속도 조절에 대한 얘기도 정치권에서 거론된다. 정규석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은 농민 피해 문제는 보상과 보완책 마련 등 정부의 선제적 조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지 4대강 복원 반대의 근거가 될 수 없다올해도 식수원을 위협하는 녹조 사태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상 연구위원은 수막재배만 해도 원래 수막재배를 하던 사람과 4대강 이후 새로 수막재배를 하게 된 사람들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일시적인 물 대책을 내놓으면 물 이용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해당 지역의 공동체적 질서를 고려해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수막재배 논란을 계기로 물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정부 부처들이 긴 안목을 가지고 협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막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든 뒤 그 사이로 12~15도 정도의 지하수를 끌어올려서 계속 흐르도록 해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재배 기술. 특히 겨울철에 찬 외부공기를 차단해 작물을 재배하는 데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작물로는 딸기, 호박, 부추, 양상추 등이 있다.

 

경향신문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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