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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가] 35년 '화폐 덕후' 사비 13억 털어 전국 첫 세계동전 박물관 세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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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영 세계동전박물관장 “아이들에게 희망 주고파”

시골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줄 멋진 체험학습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이 말 한마디에 건축설계사업을 하던 조진영(44)씨는 새로운 목표를 하나 세웠다. ‘화폐 박물관 건립.’ 그로부터 10년 만에 그는 국내 최초의 세계동전 화폐 박물관장이 됐다. 사비 13억원과 35년간 모은 화폐를 모두 부었다. 해오던 기부와 봉사활동의 연장선이다.
세계동전 화폐박물관 ‘코버월드’ 조진영 관장의 조금은 특별한 인생 이야기다. 지난 16일 경기 포천의 ‘코버월드’ 박물관에서 만난 조 관장은 “박물관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다”며 “상대적으로 현장 교육체험 기회가 적은 농촌 아이들에게 세계 각국의 화폐와 문화를 체험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개관한 코버월드 박물관은 건축설계회사 대표인 조 관장이 직접 설계해 지었다.


2층짜리 건물 2개동 규모의 박물관은 아시아ㆍ아프리카ㆍ오세아니아ㆍ유럽ㆍ아메리카관과 위조방지기술체험관 등으로 나뉘어져 관람이 용이하다. 내부엔 조 관장이 35년 동안 수집한 전 세계 230개국 800개의 화폐가 전시돼 있다. 


800개 화폐 중 600개가 동전화폐다. 이중 90%는 지금도 통용된다. 뉴질랜드령 쿡제도의 삼각모양의 동전, 일반 주화보다 정교한 제작과정으로 유명한 ‘프루프화’ 주화, 잠바브웨 100조달러,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앙골라 등에서 포르투갈 식민 당시 쓰이던 1960~70년대 동전까지 희귀화폐들이 고급 액자에 담겨 멋들어지게 진열돼 있다.
조선시대 화폐(당백전), 대한제국 화폐, 북한 현행 화폐도 눈길을 끌었다. “20년간 수집한 화폐를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진귀한 화폐들이 꽤 많더군요. 여행가기 힘든 아프리카나 북유럽 섬나라 화폐는 해외 펜팔까지 하면서 힘들게 구한 기억이 있어요.” 진열 화폐에 대해 이야기하는 박 관장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코바월드는 보는 즐거움에 교육적 효과도 제공한다. 화폐와 함께 해당 국가들의 의상, 소품, 민속품도 함께 전시해 각국의 전통 문화와 습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아프리카 국가 화폐의 동물 도안의 비밀, 행운의 2달러 유래, 위조방지기술 체험 등 화폐를 둘러싼 이야기도 듣고, 색다른 체험도 가능하다. 관람객은 누구나 전문 해설사의 2시간짜리 해설도 들을 수 있다.
“화폐는 각국의 통화주권을 상징합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더 크게 생각하고, 인식의 지평도 넓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데 집중했어요.”
그가 35년간 화폐수집가의 인생을 살아온 건 아버지에 대한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조 관장은 “의정부에서 구두 수선일을 하던 아버지는 미군들에게 받은 50센트 동전은 꼭 아들인 저에게 용돈으로 쥐어줬다”며 “그때 그 추억이 훗날 나를 수집가의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박물관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추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경영이 어려워도 ‘기업은 늘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초심만은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조 관장은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어른들에게는 색다른 체험과 삶의 휴식을 주는 특별한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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